[세계는 지금 'e표준전쟁시대'] (3) '무선 인터넷'..i모드 도전장

핀란드 사람들은 새로운 음악이 나오면 레코드 가게에서 음반을 구입하지 않는다.

요즘 인기 있는 MP3플레이어도 이용하지 않는다.노키아의 무선 왑(WAP)폰으로 쉽게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도 휴대용 무선인터넷인 아이모드(i-Mode)로 열차표를 예매하고 오락을 즐기고 뉴스를 접하는 등 일상생활의 상당부분을 처리한다.

"데스크톱 PC가 중심이 된 유선인터넷이 휴대폰 등 무선단말기를 통한 무선인터넷으로 급속히 대체되는 것은 필연이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무선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세계 정보통신업계는 관련 기술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싸움에 돌입했다.

유럽 진영의 WAP,일본의 아이모드,미국 MS의 모바일익스플로러(ME) 등 3각 경쟁이 치열하다.

◆''사실상의 표준'' WAP=노키아 에릭슨 모토로라 등 세계 휴대폰업계 ''빅3''는 90년대초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뜻을 모았다.유선인터넷은 MS가 장악했지만 향후 떠오를 무선인터넷에서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자는 것.

이들 빅3는 연합세력을 키워갔다.

미국의 무선인터넷 강자로 부상한 폰닷컴을 주축으로 각국 통신장비업체들을 대거 끌어들였다.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업체들도 가세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97년 6월 WAP포럼이 탄생했다.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은 왑포럼에서 제정한 무선인터넷 규약.

WAP은 유럽과 아시아지역 대다수 통신사업자들이 채택하면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선인터넷 열풍을 몰고온 아이모드=WAP이 ''사실상의 표준''을 내세우며 여유 부리는 사이 일본 최대 이통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아이모드로 먼저 불을 질렀다.

"남보다 서비스를 빨리 내놓는 게 관건"(오보시 NTT도코모 회장)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아이모드는 비록 일본내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지만 출시 1년6개월여만인 지난 9월 1천2백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더욱이 아이모드는 편리한 서비스와 저렴한 요금으로 일본 무선인터넷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유럽 아시아에도 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MS=WAP과 아이모드가 발빠르게 치고 나오면서 가장 긴장하는 곳은 바로 미국 MS다.

윈도와 익스플로러로 기존 인터넷 시장을 평정했던 MS는 무선인터넷에서 WAP과 아이모드에 밀릴 경우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MS는 이 때문에 뒤늦게 기존 인터넷 언어(HTML)를 기반으로 한 무선인터넷 규격 ME를 내놨다.

그러나 아직 시장확보는 성공적이지 않다.

MS는 이같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몇년전부터 차세대 무선인터넷으로 준비한 야심작 스팅거(stinger)를 오는 2001년부터 내놓을 예정이다.

◆누가 기술에서 뛰어난가=아이모드와 ME는 기본적으로 유선인터넷 언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별도의 무선용 사이트를 구축하지 않아도 쉽게 접속된다.

반면 WAP은 별도의 무선인터넷 언어(WML)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이트 구축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아이모드는 특히 24시간 네트워크가 오픈된 채 이용자가 접속할 때만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패킷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속도가 빠르고 이용요금이 싼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방식간에 호환이 이뤄질 움직임도 있다.

특히 아이모드와 WAP이 그렇다.NTT도코모 오보시 회장은 "WAP이 차기 버전부터 기술언어를 인터넷 언어로 채택할 경우 아이모드와 서로 호환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