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골프일기] 하늘엔 하늘만 있는 게 아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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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류시화님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읽을 때마다 새로움이 묻어나는 시다.
''내 안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
한창 사랑에 빠져 있을 시기에는 상대를 떠올리며 공감했고,종교에 민감했던 시기에는 마음속 나 이외의 존재가 신(神)이라고 생각하며 시를 음미하기도 했다.그리고 골프가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요즘에 읽게 된 이 시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배우고 있다.
며칠 전 ''싱글'' 핸디캐퍼인 여고수와의 플레이가 있었다.
프로 아닌 아마추어 여성이 70대 스코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겠는가? 연습담 하나하나가 내겐 경이로움이었다.
골프채를 잡고 5년간 1년 3백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는 것,거리상의 핸디캡을 극복하려고 매일 쇼트게임만을 위해 3백개 이상의 볼을 연습했다는 것 등….
골프를 위해 바친 그 시간과 정열이 감탄스러웠다.그런데 그분,너무 자신의 볼과 플레이에만 열중한 나머지 다른 많은 것을 보지 않는 듯했다.
안그래도 고수를 만났다고 기죽어 있는 동반자들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았다.
자신이 퍼팅을 할 때는 다른 동반자들의 말소리,움직임 하나에도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용히 시키거나 비키라는 모션을 취했다.
상황은 경직돼 갔다.
동반자들은 숨소리조차 죽여야했고,퍼팅을 하는 동안에는 꼼짝 말고 마네킹처럼 정지해 있어야 했다.
그러면 동반자가 플레이할 때도 마찬가지로 ''마네킹 서비스''를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동반자가 플레이할 때 그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히 움직이며 말했다.
동반자에게는 엄격하고,자신에게는 유동적인 골퍼.
물론 내가 그 분과 그리 친하지 않아서 느낀 불편함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그분의 골프엔 오로지 ''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엔 하늘만 있는 게 아니듯,골프장에는 볼만 있는 것이 아닐진대 말이다.
지금은 내 볼 보는 것도 급급한 처지이지만 내가 그분과 같은 경지가 되면 나는 다를 것이다.
골프장의 하늘,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내 여건의 감사함,캐디나 동반자로 만나게 된 인연,그 인연에 대한 고마움과 배려….골프 속에 있는 수많은 다른 것들을 볼 것이다.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
류시화님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읽을 때마다 새로움이 묻어나는 시다.
''내 안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구절.
한창 사랑에 빠져 있을 시기에는 상대를 떠올리며 공감했고,종교에 민감했던 시기에는 마음속 나 이외의 존재가 신(神)이라고 생각하며 시를 음미하기도 했다.그리고 골프가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요즘에 읽게 된 이 시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배우고 있다.
며칠 전 ''싱글'' 핸디캐퍼인 여고수와의 플레이가 있었다.
프로 아닌 아마추어 여성이 70대 스코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겠는가? 연습담 하나하나가 내겐 경이로움이었다.
골프채를 잡고 5년간 1년 3백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을 했다는 것,거리상의 핸디캡을 극복하려고 매일 쇼트게임만을 위해 3백개 이상의 볼을 연습했다는 것 등….
골프를 위해 바친 그 시간과 정열이 감탄스러웠다.그런데 그분,너무 자신의 볼과 플레이에만 열중한 나머지 다른 많은 것을 보지 않는 듯했다.
안그래도 고수를 만났다고 기죽어 있는 동반자들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았다.
자신이 퍼팅을 할 때는 다른 동반자들의 말소리,움직임 하나에도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용히 시키거나 비키라는 모션을 취했다.
상황은 경직돼 갔다.
동반자들은 숨소리조차 죽여야했고,퍼팅을 하는 동안에는 꼼짝 말고 마네킹처럼 정지해 있어야 했다.
그러면 동반자가 플레이할 때도 마찬가지로 ''마네킹 서비스''를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동반자가 플레이할 때 그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히 움직이며 말했다.
동반자에게는 엄격하고,자신에게는 유동적인 골퍼.
물론 내가 그 분과 그리 친하지 않아서 느낀 불편함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그분의 골프엔 오로지 ''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엔 하늘만 있는 게 아니듯,골프장에는 볼만 있는 것이 아닐진대 말이다.
지금은 내 볼 보는 것도 급급한 처지이지만 내가 그분과 같은 경지가 되면 나는 다를 것이다.
골프장의 하늘,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내 여건의 감사함,캐디나 동반자로 만나게 된 인연,그 인연에 대한 고마움과 배려….골프 속에 있는 수많은 다른 것들을 볼 것이다.
고영분 방송작가 godoc10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