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흔들리는 유통산업 현대화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방진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LG마트의 춘천점은 영업부진으로 몸살을 앓고있다.춘천점은 완공후 두달이 넘은 8월에야 문을 열었다.

우여곡절끝에 개점은 했지만 장사다운 장사를 못하고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롯데마그넷도 개점일정에 차질을 빚고있다.

내년에 익산 충주 강릉 등에 점포를 내기로 했으나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E마트 이천점은 셔틀버스 운행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 여름 개점에 맞춰 셔틀버스를 운행하려던 계획이 중소 운수업체와 자영상인들의 압력으로 무산되고 만 것이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중소 상인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백화점이나 할인점의 개점을 앞둔 중소 도시 곳곳엔 ''대형 유통업체 진출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인점을 이용하지 말자''는 표어를 붙이고 다니는 버스 등도 눈에 띈다.

상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권과 정부도 이들편으로 기울고 있다.

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 이미 상정돼 있다.

건설교통부도 최근 자연녹지내 대형할인점 신설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점포 확장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들이 종전 방침과 정면 충돌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96년에 대형할인점을 자연 녹지에도 건설토록 허용했었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중소 자영상인들이 반발하면서 ''정치논리''로 흘러가 버렸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월마트 까르푸 등 세계적 유통업체들이 내수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은 대형점 진출을 봉쇄당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재래시장과 대형업체간 갈등으로 정책방향이 바뀌고 유통산업의 현대화가 늦어지는 걸 반기는 쪽은 누구인가.

바로 외국계다.

유통업은 그나마 토종들이 경쟁력을 지닌 분야다.남 좋은 일만 시키지 않기 위해 손을 맞잡고 해답을 찾아내야 할 때다.

최인한 유통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