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국의 선택] 고어 안도-부시 다시 긴장...美 법원판결 파장

한껏 고조됐던 부시의 승리 가능성이 또 다시 꺽였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수검표 인정"판결을 내림에 따라 팜비치,마이애미데이드,브로워드등 플로리다주 3개 카운티의 수검표 결과가 주 선거 최종집계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반면에 꺼져가던 "고어 승리"의 불씨는 되살아났다.

더욱이 이날 대법원은 펀치자국만 난 채 구멍이 뚫리지 않은 "천공자국표"를 유효표로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천공자국표가 인정될 경우 고어가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판결 의미=플로리다주는 팜비치등 3개 카운티의 수검표 결과를 26일 오후 5시 또는 27일 오전 9시까지 보고 받아 주선거 최종결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게 이날 대법원의 판결요지다.

일요일인 26일에 주선관위 사무실이 문을 열면 결과를 받고,쉬면 다음날 아침로 마감시한을 미루라는 것이다.

민주당 텃밭인 3개 카운티의 수검표가 수용되면서 고어측은 일단 "패배의 문앞"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여기서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다.

수검표를 받아들이더라도 "천공자국표"를 유효표로 인정하지 않으면 고어의 역전은 불가능하다.

주 대법원은 천공자국표 인정 여부에 대해 "천공 구멍밥이 완전히 뚫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유권자들의 투표가 무시돼서는 안된다고 판결한 지난 90년 일리노이주 판례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는 애매한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천공자국표를 인정할 수 있는 논리적 기반을 마련해 준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최대 변수로 떠오른 유효표의 기준=브로워드카운티는 21일밤 수검표를 완료했다.

그 결과 고어는 1백18표를 추가했다.

20%의 수검표가 끝난 팜비치에서는 3표를 더하는데 그쳤다.

역시 20%의 진척을 보이고 있는 마이애미데이드에서는 1백57표를 더 얹었다.

총 2백78표를 얻어 부시와의 격차를 9백30표에서 6백52표로 줄이는데 그친셈이다.

이런 추세로는 양 카운티의 수검표를 끝내도 승세를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남은 변수는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지만 펀치를 찍은 자국이 선명한 "천공자국표".

팜비치와 브로워드 카운티 선관위는 수천개에 달하는 천공자국표를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은채 "판정유보"시켜놓았다.

이들 표를 유효표로 인정해 주면 상당수가 고어표로 기록되면서 부시를 따돌릴 수 있다.

마감시한까지 수검표 끝낼수 있나=주대법원은 26일 오후 5시와 27일 오전 9시중 어느쪽의 마감시한을 택할지 캐서린 해리스 주무장관이 결정토록 선택권을 줬다.

골수 공화당원인 해리스장관은 조금이라도 수검표에 타격을 주고 싶은 마음에 빠른쪽인 26일 오후 5시의 마감시한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각 카운티가 26일 오후 5시까지 수검표를 마칠 수 있느냐가 문제.

브로워드는 수검표를 이미 완료했으며 천공자국표의 처리만 남겨둔 상태여서 시간이 충분하다.

팜비치 선관위위원장도 "속도를 높이면 일요일까지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최대 카운티인 마이애미데이드가 마감시한을 지킬수 있을지는 미지수.

마이애미데이드는 천공자국표까지 유효표로 인정하고 있어 20%의 수검표가 진행된 상태에서도 고어가 1백57표를 추가하는등 가장 선전하는 지역이다.

이 효자 카운티없이는 고어의 역전극이 힘겨운 상태다.


부시측의 맞대응=부시측은 우편소인이 찍히지 않아 무효판정된 해외부재자표를 되살리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우편소인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처리된 수백개의 해외부재자표중 대부분이 부시표다.

천공자국표가 인정돼 고어가 역전한다해도 박빙의 우세에 그칠게 뻔하다.

부시가 무효처리된 해외부재자표를 되살린다면 승산은 여전히 부시쪽에 있다.

그러나 부시측은 플로리다주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연방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고어는 수검표 결과 패배하면 승복할 가능성이 큰 반면 부시쪽은 법정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수검표에서 고어가 승리해 차기 대통령 당선자로 결정되더라도 미국 대선드라마는 연장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