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 미소속엔 악마가 숨쉰다

패트릭 베이만(27).하버드대 MBA출신.월스트리트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완벽한 용모와 몸매.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급 명품으로 휘감고 1주일에 한번은 스킨케어를 받는다.

취미는 살인과 시체수집.자신보다 돈이 많은 동료는 도끼로 찍어 죽이고 구걸하는 부랑자를 총한방에 날린다. 그림같이 꾸며진 집 창고에는 성관계후 잔인하게 살해한 여자들의 시체를 줄줄이 걸어뒀다.

왜? 자신보다 잘난것도 용서할 수 없고 못난것도 혐오스러우니까.

"아메리칸 사이코"(원제 American Psycho)는 뉴욕의 잘나가는 "여피"가 벌이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소재로 했다. "아메리칸 뷰티"가 평온해 뵈는 중산층의 일그러진 이면을 역설적으로 담아냈다면 "...사이코"는 제목에서부터 현대 자본주의 사회와 과장된 남성성의 뒤틀린 단면을 정통으로 질러들어간다.

극중 상류층 인생은 외견상 더없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모두 비정상이다.

인류의 도덕관을 논하는 이들의 실상은 추악하기 짝이없다. 누구 명함이 더 좋은지,누가 더 좋은 레스토랑에 예약할 수 있는지에 목을 매는가 하면 친구의 약혼자와 태연하게 바람을 피우고 변태적 성행위에 탐닉한다.

작품은 물신주의의 극단으로 치달은 현대인의 저열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이 돈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고 기억되는 현실을 무자비하게 들춘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조롱에 고급스런 풍자의 맛은 떨어지는 편. 패트릭역의 크리스천 베일은 이중적인 분열상을 훌륭히 소화했다. 좋은옷에 피가 튈세라 우비를 갖춰입고 춤을 추듯 음악에 맞춰 살인을 해치우는 그는 더도 덜도 아닌 "사이코"다.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의 여류 감독 메리 해론이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올해 부천영화제 개막작.25일 개봉.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