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주식투자 클리닉] 주식투자와 혈액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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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친구가 있다.
워낙 알뜰하고 확실해서 동창회 총무도 십 년 장기집권 중인 친구다. 주식 같은 건 안 할 것 같던 그가 최근 모임에서 의외로 주식 얘길 꺼냈다.
나는 빙긋이 웃으면서 귀를 기울였다.
"야, 김 원장. 나도 주식을 살짝 좀 해 봤는데 말이다, 손절매 그거 정말 어렵더라. 내 업(業)이 부동산 자문 아니냐. 나도 고객한테 물건 사 주고 나서 값이 떨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전화해서 팔자 하거든. 그런데 막상 내 주식은 도저히 안 되더라. 본전 생각 하다가 결국 못 팔고 몇 달째 고생하고 있다. 니 말대로 인간인 이상 손절매는 불가능한 것 같더라." 동창회비 십원도 허투루 안 쓰는 이 친구까지 굴복시킨 걸 보면 주식이 과연 기(氣)가 세긴 세구나 생각을 하면서 내가 물었다.
"야, 그런데 니 혈액형 뭐고?" 갑자기 나온 엉뚱한 질문에 잠시 멍해 하는 찰나, "와, 혈액형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그래, 무슨 형(型)이 주식 잘 하노?" 하고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딴 친구가 물었다.
내가 말했다. "딱 한 가지 형(型)밖에 없다. 한 번 맞춰 봐라." 그랬더니 너도나도 한 마디씩 껴들어 금방 네 가지가 다 나왔다.
내가 묵묵부답이자 나중에는 누군가 RH 마이너스 형까지 들먹였다.
호기심이 극에 달했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무슨 형(型)인가 하면 말이다, 바로 주식형이다, 주식형(株式形). 돈 벌고 싶으면 피를 주식형으로 바꿔라."
순간 좌중에는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다들 "그래, 주식은 진짜 힘들어."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비슷한 얘길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바둑계 거장 한 분이 해설 중에 하는 말이 "바둑은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는 게임이다.
어디 한 군데라도 허점이 보이면 요 때다 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이길 수 있다.
그러니 마음씨 좋다 소리 듣는 사람, 따뜻한 피를 가진 사람은 고수(高手)가 될 수 없다.
피가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만이 최고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식과 바둑, 분야는 달라도 승부는 "피"에서 갈라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주식형(型)이든 바둑형(型)이든 차가운 피가 결국 승리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답답하고 캄캄해서 속이 탄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초겨울 날씨 이상으로 차가운 피를 지키자. 후회하고 염려하면 열만 더 받는다.
용을 쓰고 조급증을 내면 피만 더 데워진다.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남은 돈, 오늘 종가로 평가된 금액을 본전이라 생각하자.
천재지변을 당했다, 피할 겨를도 없이 홍수가 덮쳐 겨우 몇 푼만 들고 나왔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생명은 건졌다고 스스로 위로하면 어떨까.
어떻게든 각자 마음을 추스리고 때를 기다리자.
애먹이던 자식이 마음 먹고 효도를 하기 시작하면 화끈하게 하지 않는가.
정신 차릴 때까지는 방법이 없다.
얼음처럼 싸늘하게 앉아 기다리는 수밖에.
그리고 그 기다림이 결실을 보려면 그나마 붙어 있는 이 생명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무리하게 벌 생각 말고 십원이라도 덜 까먹고 지킬 궁리를 하자는 말이다.
미국대선, 환율급등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수시로 내 피나 체크하자.
워낙 알뜰하고 확실해서 동창회 총무도 십 년 장기집권 중인 친구다. 주식 같은 건 안 할 것 같던 그가 최근 모임에서 의외로 주식 얘길 꺼냈다.
나는 빙긋이 웃으면서 귀를 기울였다.
"야, 김 원장. 나도 주식을 살짝 좀 해 봤는데 말이다, 손절매 그거 정말 어렵더라. 내 업(業)이 부동산 자문 아니냐. 나도 고객한테 물건 사 주고 나서 값이 떨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전화해서 팔자 하거든. 그런데 막상 내 주식은 도저히 안 되더라. 본전 생각 하다가 결국 못 팔고 몇 달째 고생하고 있다. 니 말대로 인간인 이상 손절매는 불가능한 것 같더라." 동창회비 십원도 허투루 안 쓰는 이 친구까지 굴복시킨 걸 보면 주식이 과연 기(氣)가 세긴 세구나 생각을 하면서 내가 물었다.
"야, 그런데 니 혈액형 뭐고?" 갑자기 나온 엉뚱한 질문에 잠시 멍해 하는 찰나, "와, 혈액형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그래, 무슨 형(型)이 주식 잘 하노?" 하고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딴 친구가 물었다.
내가 말했다. "딱 한 가지 형(型)밖에 없다. 한 번 맞춰 봐라." 그랬더니 너도나도 한 마디씩 껴들어 금방 네 가지가 다 나왔다.
내가 묵묵부답이자 나중에는 누군가 RH 마이너스 형까지 들먹였다.
호기심이 극에 달했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무슨 형(型)인가 하면 말이다, 바로 주식형이다, 주식형(株式形). 돈 벌고 싶으면 피를 주식형으로 바꿔라."
순간 좌중에는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다들 "그래, 주식은 진짜 힘들어."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비슷한 얘길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바둑계 거장 한 분이 해설 중에 하는 말이 "바둑은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는 게임이다.
어디 한 군데라도 허점이 보이면 요 때다 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이길 수 있다.
그러니 마음씨 좋다 소리 듣는 사람, 따뜻한 피를 가진 사람은 고수(高手)가 될 수 없다.
피가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만이 최고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식과 바둑, 분야는 달라도 승부는 "피"에서 갈라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주식형(型)이든 바둑형(型)이든 차가운 피가 결국 승리한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답답하고 캄캄해서 속이 탄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초겨울 날씨 이상으로 차가운 피를 지키자. 후회하고 염려하면 열만 더 받는다.
용을 쓰고 조급증을 내면 피만 더 데워진다.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남은 돈, 오늘 종가로 평가된 금액을 본전이라 생각하자.
천재지변을 당했다, 피할 겨를도 없이 홍수가 덮쳐 겨우 몇 푼만 들고 나왔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생명은 건졌다고 스스로 위로하면 어떨까.
어떻게든 각자 마음을 추스리고 때를 기다리자.
애먹이던 자식이 마음 먹고 효도를 하기 시작하면 화끈하게 하지 않는가.
정신 차릴 때까지는 방법이 없다.
얼음처럼 싸늘하게 앉아 기다리는 수밖에.
그리고 그 기다림이 결실을 보려면 그나마 붙어 있는 이 생명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무리하게 벌 생각 말고 십원이라도 덜 까먹고 지킬 궁리를 하자는 말이다.
미국대선, 환율급등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수시로 내 피나 체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