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뜨면 車도 뜬다 .. 자동차 'PPL마케팅' 각광

"자동차를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시켜 판매를 늘린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이 최근들어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한 간접 홍보 마케팅 경쟁에 나서고 있다. TV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자사의 차량을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이른바 "PPL(Product Placement)마케팅"이 자동차 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메이커들은 특히 차량만 협찬하는 소극적인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PPL 장면을 영상매체광고에 재활용하는가 하면 각종 이벤트를 통해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나서고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히트를 친 영화 "정사"와 "해피엔드"의 여주인공에게 EF쏘타나를 지원,톡톡히 재미를 봤다. 현대는 이어 SBS의 드라마 "해피투게더"와 "청춘의 덫"에 EF쏘나타,"불꽃"에 그랜처XG,MBC의 "신귀공자"와 "나쁜 친구들"에는 각각 에쿠스와 트라제XG를 "출연"시켰다.

최근 시작한 SBS의 수목드라마 "여자만세"에는 에쿠스,아반떼XD,티뷸런스 등이 "무더기"로 출연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한껏 자극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PPL는 기존 광고수단에 비해 훨씬 감성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도 뛰어나고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계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한 PPL은 상업광고보다 훨씬 싼 값으로 제품을 대중들에게 노출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제작사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보통 제품협찬이나 경우에 따라 제작비까지 지원)받기 때문에 윈-윈(win-win)의 효과를 갖는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광고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신세대 소비자층의 취향과도 부합하는 측면이 강하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종영한 KBS의 히트작 "가을동화"에 리오,스펙트라,옵티마를 제공해 큰 효과를 봤다.

특히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한때 43%에 육박해 간접 홍보효과가 컸다는 것이 자체 분석이다.

기아는 요즘 MBC의 일일연속극 "온달왕자들"과 SBS의 아침드라마 "용서"에도 차량을 제공,판촉에 기대를 걸고있다.

대우자동차 역시 KBS의 일일연속극 "좋은걸 어떡해",MBC의 월화드라마 "아줌마", SBS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 각각 레간자,매그너스,누비라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최종부도 처리로 소비자들의 제품신인도가 떨어진 점을 의식해 PPL을 통해 최소한의 친근감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수입차업체 가운데 PPL로 가장 먼저 히트를 친 회사는 BMW다.

지난 97년 "별은 내 가슴에"의 남자주인공 안재욱이 타고다닌 Z3로다스터가 시청자들의 눈에 들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BMW는 이 여세를 몰아 최근 막을 내린 "이브의 모든 것"에도 차량을 지원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볼보는 PPL을 뒤늦게 시작했지만 효과를 톡톡히 실감하고 있는 케이스.

볼보는 "신귀공자"에 최신모델인 S80을 투입,드라마가 히트를 치자 주문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은 MBC의 "세친구"에 빨강색 노랑색 파랑색등 튀는 색상의 차량을 제공해 드라마의 이미지에 적절하게 맞췄다는 평을 듣고있다.

PPL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하이테크 정보의 이태형 대리는 "최근 수입차업계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PPL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드라마에 등장하고 싶어하는 수입차업체들이 늘고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PPL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각광을 받고있다.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오래된 시리즈물로 꼽히는 007시리즈의 "본드카"가 대표적. "007 리빙데이트라이트"에 등장한 아우디,"007골든아이"의 BMW Z3가 잇따라 히트를 쳤으며 "세인트"에서는 볼보의 스포츠카형 세단인 C30쿠페가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