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227) 제2부 : IMF시대 <8> 아프리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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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진성구는 트럭 난간으로 상체를 내밀어 아프리카의 햇살을 듬뿍 받고 초원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그는 근래 수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행복을 느꼈다.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초원이 거기에 있었고,초원을 거닐고 있는 자유스러운 동물들이 거기에 있었고,아프리카의 여유가 그곳에 있었고,이혜정의 체취가 가까이 느껴졌고,이성수의 우정이 함께하고 있었다.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 연출에 몰두하고 있을 여동생 진미숙이 함께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백인홍 사장 소식 들었어?"
진성구는 이성수가 앉아 있는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아니,왜? 또 무슨 일이 있었어?"진성구의 질문에 이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떠나오기 전 만났는데,이제 백 사장은 천직을 찾은 것 같더군.운동구점을 하기로 했대.등산,스쿠버다이빙,스키,골프 용구를 취급하는 운동구점 말이야.그런데 이 친구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
이성수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운동구점을 하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 속에서 인생을 살기로 작정했대.뭐 다른 무엇을 하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짧대나.
''인생을 늘리는 방법은 여행이고 자연 속에서 하는 운동은 모두가 여행이래'' 하나의 산봉우리를 정복하는 것,바닷속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새로운 눈으로 덮인 새로운 슬로프에서의 활강,18홀의 골프코스…이 모두가 여행이라는 거야"
"불이 났다는 그 회사는 어떻게 하기로 하고?"
진성구가 물었다.
"성호에게 싼값으로 사업 모두를 인계하기로 했대.인계조건으로 운동구점을 차릴 수 있는 돈만을 요구했다더군.자기는 더이상 돈이 필요하지 않다며…"
"성호도 백 사장한테 인생철학을 좀 배웠으면 좋겠어.너무 사업에 몰두하는 것 같아"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하에 있는 이상 성호 같은 사람도 필요해.그런 사람들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지"
"그런데 성호도 의외로 여린 데가 있더군.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방계회사 사장인 황무석이라는 자를 2,3일에 한번씩 문병을 가더란 말이야.과거의 성호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아마 이제 성호도 마음이 많이 약해졌나봐"
진성구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백 사장 회사 컴퓨터실을 불태운 노조세력 말이야…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했대?"
진성구의 질문에 이성수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동서독의 통일은 동독에서 문학인들이 전산업의 파업을 주도함으로써 동독 정권이 손을 들은 거에서 비롯됐지.남한에서는 동서독과 반대로 노조를 움직이는 남한의 좌경지식인의 주창에 의해 전산업이 마비될 파업이 일어날 수 있어.그러면 남한 정부체제가 무너질 수 있지.아마 일부 좌경지식인 세력은 이런 엉큼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그들이 탄 트럭은 먼지를 일으키면서 아프리카의 초원을 달렸다.
진성구는 트럭 꽁무니의 먼지를 바라보며 남은 인생 동안 영화예술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진성구는 트럭 난간으로 상체를 내밀어 아프리카의 햇살을 듬뿍 받고 초원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그는 근래 수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행복을 느꼈다.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초원이 거기에 있었고,초원을 거닐고 있는 자유스러운 동물들이 거기에 있었고,아프리카의 여유가 그곳에 있었고,이혜정의 체취가 가까이 느껴졌고,이성수의 우정이 함께하고 있었다.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 연출에 몰두하고 있을 여동생 진미숙이 함께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백인홍 사장 소식 들었어?"
진성구는 이성수가 앉아 있는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아니,왜? 또 무슨 일이 있었어?"진성구의 질문에 이성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떠나오기 전 만났는데,이제 백 사장은 천직을 찾은 것 같더군.운동구점을 하기로 했대.등산,스쿠버다이빙,스키,골프 용구를 취급하는 운동구점 말이야.그런데 이 친구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
이성수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운동구점을 하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 속에서 인생을 살기로 작정했대.뭐 다른 무엇을 하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짧대나.
''인생을 늘리는 방법은 여행이고 자연 속에서 하는 운동은 모두가 여행이래'' 하나의 산봉우리를 정복하는 것,바닷속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새로운 눈으로 덮인 새로운 슬로프에서의 활강,18홀의 골프코스…이 모두가 여행이라는 거야"
"불이 났다는 그 회사는 어떻게 하기로 하고?"
진성구가 물었다.
"성호에게 싼값으로 사업 모두를 인계하기로 했대.인계조건으로 운동구점을 차릴 수 있는 돈만을 요구했다더군.자기는 더이상 돈이 필요하지 않다며…"
"성호도 백 사장한테 인생철학을 좀 배웠으면 좋겠어.너무 사업에 몰두하는 것 같아"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하에 있는 이상 성호 같은 사람도 필요해.그런 사람들이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지"
"그런데 성호도 의외로 여린 데가 있더군.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된 방계회사 사장인 황무석이라는 자를 2,3일에 한번씩 문병을 가더란 말이야.과거의 성호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아마 이제 성호도 마음이 많이 약해졌나봐"
진성구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백 사장 회사 컴퓨터실을 불태운 노조세력 말이야…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했대?"
진성구의 질문에 이성수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동서독의 통일은 동독에서 문학인들이 전산업의 파업을 주도함으로써 동독 정권이 손을 들은 거에서 비롯됐지.남한에서는 동서독과 반대로 노조를 움직이는 남한의 좌경지식인의 주창에 의해 전산업이 마비될 파업이 일어날 수 있어.그러면 남한 정부체제가 무너질 수 있지.아마 일부 좌경지식인 세력은 이런 엉큼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그들이 탄 트럭은 먼지를 일으키면서 아프리카의 초원을 달렸다.
진성구는 트럭 꽁무니의 먼지를 바라보며 남은 인생 동안 영화예술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