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구조조정 은행장들이 나서라" .. 李금감위장 이례적 질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은행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적 행태를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질책해 은행장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이 위원장은 지난 25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은행장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금융.기업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은행들을 이례적으로 일일이 거명해 가며 강하게 질타한 것.한 은행장은 "찬바람이 쌩쌩 이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은행이 제 역할 못한다 =이 위원장은 "대출금 회수에만 급급하거나 지원해야 할 협력업체 명단도 파악못하는 은행이 무슨 우량은행이냐"며 개별은행들의 사례까지 적시했다.

김진만 한빛은행장의 경우 워크아웃 여신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려는 계획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 당했다.부실여신을 해외매각해 정리하는 노력이나 힘들고 귀찮은 워크아웃을 회피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회생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대출금 회수에 급급해 기업구조조정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 위원장은 은행들이 회생가능하다고 분류한 2백35개 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확실히 지원해 살릴 것을 촉구했다.◆ 합병을 말로만 하지 말라 =이 위원장은 일부 우량은행들이 말로만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하지 말고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합병을 약속한 은행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소극적이고 독자생존하겠다는 곳을 상대로 합병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합병을 안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김정태 주택은행장, 김상훈 국민은행장 등에 대해선 현재의 영업형태만으론 우량은행 간판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직접 행동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문제기업은 채권은행이 응징하라 =11.3 기업퇴출 조치이후 처음 부도를 낸 SKM(옛 선경마그네틱)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김경림 행장은 "채권단회의에서 지원키로 했는데도 SKM이 자구요구를 회피하고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보고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