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변해야 살 수 있다 .. '기로에 선 자본주의'

세계화 시대의 자본주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21세기 사회의 방향을 모색한 책 ''기로에 선 자본주의''(앤서니 기든스·윌 허튼 편저,박찬욱 외 옮김,생각의나무,1만2천원)가 나왔다.저자는 ''제3의 길''로 유명한 앤서니 기든스와 영국의 진보일간지 ''가디언'' 편집장을 지낸 윌 허튼,사회학자 울리히 벡과 리처드 세넷,경제학자 래리 미셸과 제프 폭스,물리학자 반다나 시바,전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 폴 볼커,소로스펀드 회장 조지 소로스 등 11명.

이 책은 정치·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인류·사회학 심리·정보학 등 사회과학의 주요 분과학문을 가로지르는 통합적 분석까지 시도하고 있다.

21세기의 핵심 이슈와 논쟁에 관한 시각을 한꺼번에 비춰볼 수 있는 연구서다.기든스와 허튼은 첫머리의 대담과 결론 부분인 ''세계 자본주의,그 과감한 대처를 위해''를 통해 명쾌한 논리전개를 보여준다.

벡과 세넷의 논문은 개인적인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고 시바와 소로스의 글은 수필처럼 쉽게 읽힌다.

세계 석학들은 그들의 독자적인 시각에서 출발하지만 하나의 공통된 방향,즉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개선과 보완을 통해 유지되고 발전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물론 이들이 지금의 체제를 긍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시바의 경우 ''힘있는 선진국들이 국제적인 게임의 법칙을 유리하게 조성해 환경적으로 후진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셸과 폭스는 ''강요된 경제적 통합은 시장 소득의 더 큰 불평등과 이를 상쇄시키는 공공정책의 감소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헤지펀드의 대명사인 소로스도 ''아시아 위기가 내부의 경제적 결함보다는 세계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됐다''며 체제개혁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국제금융기구(IMF)의 기능을 사후처리보다 위기예방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세계 금융시스템을 ''바닥이 고른 운동장''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다양한 진단은 이른바 ''국제주의적 제3의 길''로 모아진다.

사회민주주의적 가치에 바탕을 둔 세계 자본주의가 그것이다.

자본주의의 창조적 혁신 능력을 살려가면서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몰고 올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별 국가 수준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범세계적인 협력과 개혁이 더욱 중요한 만큼 초국가적 기구나 세계주의적 프로젝트를 만들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한 현재의 체제를 개선하는 길 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민주주의와 책임성의 원리로 운영되는 전지구적 기구가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석학들이 내놓은 처방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제금융체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이들은 ''전세계적인 경제 관리체계를 성립시키기 위해 세계 금융당국과 세계 중앙은행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