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금감원에 대한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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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9시 금융감독원 기자실에 들른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초췌한 모습이었다.
지난 23일 터진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대국민 사과를 하러 오는 차였다."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호신용금고 사고와 관련하여 금융감독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간부는 금감원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았다.
그는 "요새 금감원 배지를 보면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도 한번 더 쳐다본다.창피한 감도 있고 해서 얼마전부터 빼놓고 다닌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간부가 거들었다.
"택시를 타도 금감원 빌딩으로 가자고 하면 안된다.한번은 택시운전사에게 금감원으로 가자고 했더니 ''금융강도원요?''라고 되물어서 혼났다.
그 후로는 전경련 빌딩으로 가자고 한다"며 허탈해 했다.
지난달 20일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 이후 금감원은 그야말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열린금고 사건까지 터지자 ''금융깜깜원''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금감원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점심때 만난 한 직원은 거의 우는 표정이었다.
"얼마전 제 동료가 모 신용금고에 검사를 나갔다 쓰러졌습니다.
지난달 13일 동방금고 사건 이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새벽까지 일하다 당한 거죠.이렇게 일하면서도 욕은 욕대로 먹고…"
현대건설 문제로 한창 시끄럽던 지난 11월초 신용감독국의 한 간부가 얼굴근육이 마비돼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과로때문이라는 판정이었다.
이같은 사정을 이해했던지 진념 재경부 장관은 이날 금감원에 들러 "힘을 내자"고 금감위원장을 격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금감원을 향한 여론의 질책은 매섭고 시선은 싸늘하기 짝이 없다.
"금감원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압니다.그렇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결국 금감원이 해야 할 일 아닙니까" 한 은행 간부의 이같은 지적은 금감원의 갈 길이 아직도 멀었음을 느끼게 해줬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hankyung.com
지난 23일 터진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대국민 사과를 하러 오는 차였다."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호신용금고 사고와 관련하여 금융감독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한 간부는 금감원 배지를 달고 있지 않았다.
그는 "요새 금감원 배지를 보면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도 한번 더 쳐다본다.창피한 감도 있고 해서 얼마전부터 빼놓고 다닌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간부가 거들었다.
"택시를 타도 금감원 빌딩으로 가자고 하면 안된다.한번은 택시운전사에게 금감원으로 가자고 했더니 ''금융강도원요?''라고 되물어서 혼났다.
그 후로는 전경련 빌딩으로 가자고 한다"며 허탈해 했다.
지난달 20일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 이후 금감원은 그야말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열린금고 사건까지 터지자 ''금융깜깜원''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금감원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점심때 만난 한 직원은 거의 우는 표정이었다.
"얼마전 제 동료가 모 신용금고에 검사를 나갔다 쓰러졌습니다.
지난달 13일 동방금고 사건 이후 하루도 쉬지 못하고 새벽까지 일하다 당한 거죠.이렇게 일하면서도 욕은 욕대로 먹고…"
현대건설 문제로 한창 시끄럽던 지난 11월초 신용감독국의 한 간부가 얼굴근육이 마비돼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과로때문이라는 판정이었다.
이같은 사정을 이해했던지 진념 재경부 장관은 이날 금감원에 들러 "힘을 내자"고 금감위원장을 격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금감원을 향한 여론의 질책은 매섭고 시선은 싸늘하기 짝이 없다.
"금감원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압니다.그렇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결국 금감원이 해야 할 일 아닙니까" 한 은행 간부의 이같은 지적은 금감원의 갈 길이 아직도 멀었음을 느끼게 해줬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