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도쿄의 '동대문시장'

요즘 일본에서는 도쿄 시부야에 들어선 ''동대문시장''이 한창 화제다.

일본기업이 백화점매장 일부를 빌려 동대문시장을 본떠 만든 이 곳은 한국의 진짜와는 규모면에서 비할 바가 못된다.그렇지만 젊은 여성고객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패션의류를 염가에 팔면서 한국식으로 흥정하는 재미도 곁들이고 있어 개장 2개월여만에 매스컴의 인기 취재대상이 됐다.

한국에 가보지 않은 일본인들도 이곳에 오면 한국의 시장과 상품,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마련이니 한국붐 조성에 한몫을 하는 셈이다.일본사회의 한국붐을 이끄는 것은 여기뿐이 아니다.

소주와 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김과 비빔밥이 일본인들의 최고인기 음식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비빔밥이라는 발음이 안돼 ''비빔빠''라는 간판을 내건 도쿄역앞 체인점은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한국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라 기분이 괜찮다.

하지만 잠시 손익계산을 해보면 좋아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대문시장은 일본인들의 기준에서 볼때 고급이나 유명브랜드 상품을 취급하는 고품격 매장이 아니다.호기심삼아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소주 김치 김은 첨단 하이테크제품과 거리가 멀다.

이때문에 일본사람들은 한국이 그저그런 상품만 수출하는 나라로 얕잡아 볼 수도 있다.

한국정부와 업체들은 대일(對日)무역 역조를 시정하려면 고부가·고기술의 첨단제품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말뿐이다.

일본사람들이 한국식 먹거리에 취하고,한국식 시장을 기웃거리는 사이 한국산 공업제품은 맥을 못추고 대일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주일(駐日)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대일 무역적자는 올들어 10월말까지 97억달러로 작년 한햇동안의 82억달러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현대자동차가 곧 일본공략에 나선다지만 일본인들이 먹거리와 모조품이외의 한국제품을 ''넘버 원''으로 꼽을 수 있을까.멀리서 우리의 ''무역의 날(11월30일)''을 지켜보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