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中企 환율급등 영향] 바이어 "수출價 내려라" 으름장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2백원대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벤처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환율 상승이 벤처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 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고 있다.

네트워크 전송장비 업체인 M사는 고민에 빠졌다.

수출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회사는 환율상승 수혜대상이란 일반적인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모뎀칩 등 수입부품을 조립,완제품을 수출하는 이 회사 관계자는 "벌써부터 해외 바이어들이 달러기준 수입가격을 낮추겠다고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섭력 등에서 상대적인 불리한 벤처기업으로선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수입 원자재와 부품의 달러 기준 가격은 그대로지만 원화 환산가격은 크게 올라 2중고를 겪고 있다.다른 IT관련 장비수출업체들의 속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M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정보통신 단말기 수출업체인 K사도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외국은행들이 일부 국내은행이 개설한 신용장을 불신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은행들이 최근 환율상승을 한국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는 것.

환율상승이 계속된다면 향후 수출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해외 IT부품과 원자재를 취급하는 유통업체, SI(시스템통합)업체들도 울상이다.

수입단가는 뛰었지만 국내판매 가격은 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않아 판매가 지지부진한데다 가격까지 올리면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솔루션의 대부분을 수입하거나 임대해 쓰는 e마켓플레이스 등 전자상거래 서비스 업체들도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닷컴벤처에 속하지만 수익모델이 상대적으로 확실한 전자상거래 서비스업체들이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건실한 성장을 지속해 온 우량 벤처기업들마저 "환율상승"충격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