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주식투자 클리닉] 주식 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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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투자자들은 참 어렵다.
고개만 쳐들었다 하면 실컷 두들겨 맞고 꼬리를 내리는 장(場)에 번번이 희망은 물거품이다. 경마도 안 되고 카지노도 어림없고 이자 낼 날은 꼬박꼬박 닥치고 마음이 점점 바쁘다.
그러다 보니 매번 허탕을 치면서도 또 머리를 쓴다.
1등 주식을 잡아야 하는데 가장 빨리,그리고 힘차게 돌아서는 놈.그런 놈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단번에 본전 찾는데 그런 노림수로 인해 결국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좀처럼 유혹을 못 떨치는 것이다.
우리 클리닉에는 급한 김에 이처럼 저점에서 몰빵을 찍다가 중상을 입은 환자들이 많다.
소위 추세역행증과 한탕주의증 합병증 환자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충고한다.
"거꾸로 생각하십시오.
주가가 얼마까지 오르면 사야지 하고 아주 높은 데에 매수 가격을 정하시란 말입니다. 그러면 요새 같은 장에 안 사고 안 잃어서 좋습니다.
하락장엔 현금이 황제주(皇帝株)라는 게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다 보면 이익이 덜할 수는 있지만 벌 때 좀 덜 벌면 어떻습니까?
돈이 한정된 우리로선 잃을 때 덜 잃고 살아 남는 게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기 드문 환자 한 분을 만났다.
나이가 꽤 드신 아주머니였다.
"전에는 주식이 내릴 때 샀는데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 그 반대로 바꿨어요.
그런데요,요새는 하루 오른다 싶어서 따라 사면 금방 빠져 버리거든요.
그래서 오르는 주식 사다가 맨 날 손해만 봐요"
아이쿠 이런,내 강의를 제대로 이해 못하셨구나 생각하며 내가 말했다.
"아주머님,하루 오르는 걸 어떻게 오른다 할 수 있습니까?
힘이 굉장히 세구나 싶을 정도로 많이 오를 때 사야 됩니다.
그리고 나서 더 올라가면 기다리고,빠지면 금방 손절매하고 중요한 건 많이 뜨기 전엔 사지 마라는 겁니다"
그러자 그 분이 대답했다.
"그건 알겠는데요,어떻게 며칠씩이나 그렇게 주식을 안 사고 기다려요?
나는요,하루도 주식이 없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와요"
순간 나는 뭘로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깨지는 주식 들고 있으면 잠이 안 온다,꿈에서도 주가가 보인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깬다는 분은 많이 봤지만 이런 분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 날 이후,나는 우리 클리닉에 새로운 증세 하나를 추가시켰다.
바로 "주식중독증"이다.
재산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데 익숙해진 탓에 정지해 있다는 게 오히려 불안한 것.
항상 청룡열차만 타다 보니 평지를 걷는 게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돈이 늘고 줄고를 떠나서 출렁거려야만 사는 맛이 나는 것.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갖고 있을 법한 증세다.
사실은 나 자신 또한 경험이 없는 바 아니다.
80년의 봄,그야말로 실컷 두들겨 맞고 입대를 기다리던 때.
다가올 고난에 대비,헌 군화를 사 신고 구보 연습을 하던 때.매일 최소 15킬로는 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뜀박질 중독이 됐던 때.
걷는 게 답답해서 멀든 가깝든 온 천지를 미친놈처럼 뛰어다닌 적이 있어 그런 중독의 심각성을 안다.
고스톱도 패가 나쁘면 죽었다가 또 친다.
춤도 초지일관 흔드는 게 아니라 간간이 블루스도 추고 휴식도 한다.
주식도 쉬다 가다 하는 거다.
일년 열 두 달 주식을 들고 씨름하는 "주식 중독증".
평소에는 몰라도 하락장에 한 번 걸리면 반드시 깡통을 차는 치명적인 증세다. 가끔씩은 무주식상팔자의 지혜를 배우자.
김지민
고개만 쳐들었다 하면 실컷 두들겨 맞고 꼬리를 내리는 장(場)에 번번이 희망은 물거품이다. 경마도 안 되고 카지노도 어림없고 이자 낼 날은 꼬박꼬박 닥치고 마음이 점점 바쁘다.
그러다 보니 매번 허탕을 치면서도 또 머리를 쓴다.
1등 주식을 잡아야 하는데 가장 빨리,그리고 힘차게 돌아서는 놈.그런 놈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단번에 본전 찾는데 그런 노림수로 인해 결국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좀처럼 유혹을 못 떨치는 것이다.
우리 클리닉에는 급한 김에 이처럼 저점에서 몰빵을 찍다가 중상을 입은 환자들이 많다.
소위 추세역행증과 한탕주의증 합병증 환자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충고한다.
"거꾸로 생각하십시오.
주가가 얼마까지 오르면 사야지 하고 아주 높은 데에 매수 가격을 정하시란 말입니다. 그러면 요새 같은 장에 안 사고 안 잃어서 좋습니다.
하락장엔 현금이 황제주(皇帝株)라는 게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다 보면 이익이 덜할 수는 있지만 벌 때 좀 덜 벌면 어떻습니까?
돈이 한정된 우리로선 잃을 때 덜 잃고 살아 남는 게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기 드문 환자 한 분을 만났다.
나이가 꽤 드신 아주머니였다.
"전에는 주식이 내릴 때 샀는데요,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 그 반대로 바꿨어요.
그런데요,요새는 하루 오른다 싶어서 따라 사면 금방 빠져 버리거든요.
그래서 오르는 주식 사다가 맨 날 손해만 봐요"
아이쿠 이런,내 강의를 제대로 이해 못하셨구나 생각하며 내가 말했다.
"아주머님,하루 오르는 걸 어떻게 오른다 할 수 있습니까?
힘이 굉장히 세구나 싶을 정도로 많이 오를 때 사야 됩니다.
그리고 나서 더 올라가면 기다리고,빠지면 금방 손절매하고 중요한 건 많이 뜨기 전엔 사지 마라는 겁니다"
그러자 그 분이 대답했다.
"그건 알겠는데요,어떻게 며칠씩이나 그렇게 주식을 안 사고 기다려요?
나는요,하루도 주식이 없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와요"
순간 나는 뭘로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깨지는 주식 들고 있으면 잠이 안 온다,꿈에서도 주가가 보인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깬다는 분은 많이 봤지만 이런 분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 날 이후,나는 우리 클리닉에 새로운 증세 하나를 추가시켰다.
바로 "주식중독증"이다.
재산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데 익숙해진 탓에 정지해 있다는 게 오히려 불안한 것.
항상 청룡열차만 타다 보니 평지를 걷는 게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돈이 늘고 줄고를 떠나서 출렁거려야만 사는 맛이 나는 것.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갖고 있을 법한 증세다.
사실은 나 자신 또한 경험이 없는 바 아니다.
80년의 봄,그야말로 실컷 두들겨 맞고 입대를 기다리던 때.
다가올 고난에 대비,헌 군화를 사 신고 구보 연습을 하던 때.매일 최소 15킬로는 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뜀박질 중독이 됐던 때.
걷는 게 답답해서 멀든 가깝든 온 천지를 미친놈처럼 뛰어다닌 적이 있어 그런 중독의 심각성을 안다.
고스톱도 패가 나쁘면 죽었다가 또 친다.
춤도 초지일관 흔드는 게 아니라 간간이 블루스도 추고 휴식도 한다.
주식도 쉬다 가다 하는 거다.
일년 열 두 달 주식을 들고 씨름하는 "주식 중독증".
평소에는 몰라도 하락장에 한 번 걸리면 반드시 깡통을 차는 치명적인 증세다. 가끔씩은 무주식상팔자의 지혜를 배우자.
김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