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경제'] (7.끝) '러시아'..지표경기호전 오래 못갈듯

최근 국제금융가에서는 "내년 러시아 금융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1천여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중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외채상환불능) 사태에 직면할수 있다는 것이다.러시아의 경제상태는 지표상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다.

최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이 중부및 동부유럽 국가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올 상반기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7.5%로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이 기간중 무역수지는 전년동기의 약 2배인 2백9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러시아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원인으로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세 지속 등을 꼽았다.

그러나 EBRD는 러시아에 유리한 이러한 대외적인 환경은 일시적인 것이며 그동안의 플러스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우선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미국경제가 최근들어 경착륙 우려 속에 뚜렷한 둔화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부진한 경제개혁이 향후 러시아경제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EBRD의 진단이다.

EBRD는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돌입,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의 가격 오름세가 주춤할 경우 러시아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내년에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무역흑자가 급감하고 그에 따라 루블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내년 금융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외화유출은 러시아경제를 옥죄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8년 러시아에서 유출된 외화는 2백40억달러.

작년에는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대규모인 1백6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금액이 실제보다 적게 추산된 것으로 매년 3백억달러 이상이 러시아에서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외화유출에다 내년중 무역흑자 감소 우려가 높아지면서 최근 러시아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모스크바증시의 대표적 지수인 모스타임스지수는 지난 8월말(약 2,370)에 연중최고치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해 현재 1,400선으로 떨어졌다.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러시아경제 보고서에서 "러시아경제상황이 하반기들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며 민영화 등 강도높은 경제개혁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