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국경제의 '새 대안'

"정말 신바람이 납니다. 숨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해 다 죽은 줄만 알았는데….이처럼 많은 벤처인들이 모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4일''한민족 글로벌 벤처네트워크(INKE)2000''서울 총회장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한 벤처기업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 곳의 시간은 벤처 붐이 절정이던 1년여 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그동안 벤처인들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회식 전야의 등록 현장은 참석 신청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이들이 내뿜는 열기는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얼굴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어났다.

투자 유치를 위해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정현준·진승현 게이트 등으로 최악의 위기에 몰린 한국의 벤처산실 테헤란로가 이날만큼은 예전의 활력을 되찾았다.

"힘들어 연락도 못했는데….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 벤처기업인끼리 서로 격려를 주고 받으니 시름이 사라졌습니다.

기술은 있지만 돈과 인력이 없어 수출은 엄두도 못 냈는데 이 곳에 오니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성공한 해외 동포기업가들의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어 이젠 ''길''이 보입니다"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이 곳을 찾았다는 통신기기 벤처기업인 엠아이넷의 김학준 사장.그는 INKE를 통해 자신감과 해외판로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사장뿐만 아니라 행사장에 모인 대다수 벤처인들은 INKE가 벤처에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는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한맥전자 최종배 사장은 "동포 벤처인들의 성공담에 ''나도 해낼 수 있다''는 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하늘시스템의 장국진 사장은 "도전의식을 불태우고 있는 해외 벤처인들을 만나본 후 벤처가 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코스닥시장의 침체와 각종 비리 스캔들이 맞물려 사기가 극도로 처져있는 벤처기업인들.IMF체제 이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대안자라고 불렸던 이들이 INKE를 통해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철 벤처중기부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