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국의 선택] '고어 패배'...역전은 없었다

4일(현지시간)은 미국대선 드라마의 종영 시나리오가 ''고어의 패배''로 굳어진 날이었다.

앨 고어 민주당후보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플로리다주 리온카운티 순회법원과 연방대법원 소송에서 2패를 안았기 때문이다.리온카운티 순회법원의 샌더스 솔스 판사는 이날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를 승자로 발표한 주당국의 결정에 하자가 없다"며 고어 후보의 재검표 요구를 기각했다.

고어진영은 플로리다주 고등법원에 즉각 항소했다.

주 고등법원은 사건의 시급성을 감안,이 사건을 주 대법원으로 긴급 이송했다.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연방대법원은 "일부 지역의 수검표를 인정토록 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사건을 재심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고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주 대법원 판결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어서 부시의 승산을 높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판결의 의미=이날 2개 판결은 고어의 역전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주 순회법원에 대해 고어측은 "당국의 집계과정에 문제가 있으니 팜비치와 마이애미데이드 낫소카운티의 투표지를 재검표하도록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고어측은 순회법원의 판결에 불복,주 대법원에 상소했지만 1심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고어에겐 패배나 다름없다.''연방법원은 주법원의 내부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주 대법원에 재심을 명령한 것은 부시의 잠정승리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패배 굳어진 고어진영=주 순회법원에서의 패소직후 고어측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스는 기자회견을 갖고 "그들(부시측)이 이기고 우리(고어측)가 졌다"고 말했다.

물론 선거에서 졌다는 게 아니라 소송에서 패배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선거싸움이 시작된 이후 공식석상에서 고어측이 "졌다"는 말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고어는 주 대법원 판결에 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새 백악관 주인이 가려질 전망이다.

연방법원이 명령한 재심과 고어측이 제기한 재검표소송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12일까지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을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양 판결이 이르면 주말께,늦어도 11일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세미놀카운티의 해외부재자표 1만5천장이 유효표로 인정된 것은 잘못이라며 민주당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리온카운티 순회법원은 6일 판결을 내린다.

여기서 민주당이 승소하면 수천장의 부시표가 무효 처리된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마틴카운티에서도 진행중이다.

민주당이 승소,9천8백장의 해외부재자표가 무효화되면 고어는 여기서 2천8백표를 순득표할 수 있다.이들 2개 소송에서 고어가 이기면 역전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