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채권 '뒷거래' 추가적발..관행보다 0.03% 수수료 얹어 매매

채권시장의 ''큰손''인 농협중앙회가 몇몇 증권사로부터 뒷돈을 받고 채권거래를 한다는 얘기는 이미 채권시장의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9월 정기종합검사에서 황 모 과장의 혐의를 잡고 지난달 2일 이를 검찰에 통보한 것도 사실확인 절차였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특검(11.3~11.25)에서 황 과장의 직속 상사인 2명이 추가로 리베이트 수수로 적발된 것은 농협의 불법 채권거래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공연한 농협의 불법거래=농협중앙회가 운용중인 채권자산 규모는 11월말 현재 총 58조9천4백37억원.전체 채권시장에서 농협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큰 손인 농협과 거래를 트기 위해 그동안 증권사들이 끊임없이 로비를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20~30개 증권사와 거래해 왔다.

농협의 채권거래 창구는 농협중앙회은행계정과 신탁계정,공제(보험)부,상호금융부등 4군데다.

지난달2일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검찰 통보된 황 모 과장이 근무하는 상호금융부는 약 23조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자산의 대부분이 장기투자용이고 약 1조4천4백22억원이 단기투자용으로 매매된다.

상호금융부에서는 황과장과 6명의 딜러가 집중적으로 1조4천억원의 채권을 단기매매하는 일을 해왔다.

막대한 자금력과 농협에서 5~6년간 채권딜링을 해 온 황 과장은 ''채권시장의 황제''로 알려져왔다. 증권사들은 큰손인 황 과장과 거래를 트기 위해 노력했고 황 과장은 얘기가 통하는 몇몇 증권사와 손잡고 이같은 불법거래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빙산의 일각인 불법거래 적발내용=황 과장은 몇몇 증권사에게 매매수수료를 통상관행(거래금액의 0.01%)보다 많은 0.03%를 얹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가 높아지면 채권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증권사는 채권을 다시 파는 과정에서 매매차익을 내게 된다.

이 차익의 일부가 황 과장과 그의 상사인 김 모 팀장,김 모 부부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채권거래가 최소 1백억원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증권사가 갖게 되는 매매수수료(0.01%)도 거래건당 1백만원 이상이 된다.

따라서 매매수수료를 0.02%포인트만 높여도 2백만원의 차액이 생기게 된다.

황과장 등이 받은 리베이트 금액이 수천만원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5~6년간 농협에서 채권매매를 담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뢰액이 수억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채권시장이 위축돼 있어 투명한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며 농협의 이같은 채권거래는 특이한 경우가 아닐 것"이라며 "때문에 채권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차원에서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이상열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