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러시아 보물선

제정 러시아의 발틱함대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무적의 함대였다.

흑해에 주둔하고 있던 이 함대에 1904년 가을 일본 주변해역을 봉쇄해 보급로를 차단하라는 니콜라이2세의 출동명령이 떨어졌다.그 무렵 러시아는 북만주에서 일본군과 맞붙어 계속 밀리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해 10월 15일 리예파야항을 떠난 함대는 7개월여의 긴 항해를 거쳐 다음해 5월26일에야 대한해협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일본함대의 전면공격을 받은 발틱함대는 4일간의 사투끝에 허망하게 전멸했다.사령관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이 이끄는 38척으로 구성된 함대중 온전한 것은 2척뿐이었다.

러일전쟁사에서 이 해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의 엉성한 기록뿐이다.

이 해전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이 러시아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81년 한 젊은 한국인 스쿠버다이버가 알아냈다.당시 해전에 참여했던 해군중장 크로체스 도엔스키가 남긴 기록이다.

침몰한 배중에는 러일전쟁의 군자금으로 쓸 금괴를 싣고 있어 ''회계함''이라 불렸던 나히모프란 함정이 있었다.

이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 전 금괴를 6천2백?급 수송선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에 옮겨 실었다는 내용이다.그는 대한해협을 빠져나온 돈스코이호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려고 동해로 나왔다가 추격해 온 일본군함에 의해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5월 29일 오전 6시 46분 침몰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1백50조원어치의 금괴가 들어 있다는 이야기도 그의 증언이다.

실제로 80년대초 일본과 프랑스가 대마도 인근해역에서 나히모프호의 선체를 발굴했을 때 금괴가 나왔지만 당시 소련의 소유권 주장으로 발굴을 중단했던 것을 보면 허황된 얘기만은 아닌 듯 싶다.동아건설의 용역을 받아 탐사작업을 벌여오던 한국해양연구소가 울릉도 근해에서 보물선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전설같은 이야기를 근거로 바닷속을 뒤졌던 거제와 군산 앞바다 보물선 소동처럼 무모한 모험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그 배에는 정말 금괴가 가득 들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