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호텔메뉴] '부추특선' .. 가는줄기의 부드러움..香을 먹는다

부추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가는 줄기들을 일일이 손질하는 게 우선 만만치 않다. 게다가 때보다 조금 이르거나 늦으면 억세져 먹기도 힘들다.

하지만 제철에 먹으면 그 부드러움과 독특한 향미로 또다른 미각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부추는 채소중 가장 따듯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불가에서도 음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하여 금기시했다. 강정효과도 현저하여 옛부터 양기초로 불리웠다.

부추의 따듯한 성질은 냉한 체질에 특히 좋은 효과를 나타내며 아랫배가 차거나 배가 살살 아플 때에도 빠른 효과를 가져온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고 동맥경화의 걱정이 있는 사람들도 부추를 먹으면 좋다. 한국사람들은 너무 짜게 먹는 경향이 있는데 짜게 먹으면서도 소금의 피해를 덜 수 있는 가장 좋은 식품이 바로 부추다.

그 이유는 부추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 때문이다.

부추 100g중에는 칼륨이 무려 450mg이나 들어 있다. 체내에 흡수된 칼륨은 몸밖으로 빠져 나가게 되는데,이 때 자기와 성질이 매우 흡사한 나트륨을 함께 끌고 나간다.

이를 나트륨과 칼륨의 "길항작용"이라고 부르는데 부추를 먹으면 이 칼륨 때문에 조금 짜게 먹더라도 소금의 피해를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추는 이처럼 심신에 여러 모로 좋아 옛날부터 오색 오덕을 갖췄다고 했다.

줄기가 희어 구백이요,싹이 노오래 구황,잎이 파래 구청,뿌리가 붉어 구홍,씨앗이 검어 구흑이라 했다.

또 날로 먹어서 좋고(일덕),데쳐 먹어서 좋고(이덕),절여 먹어도 좋고(삼덕),오래 두고 먹어도 좋고(사덕),매움이 일관해 변하지 않음이 마지막 오덕인 셈이다.

부추가 "채소중의 왕"이라면 부추 중의 왕은 노란 부추인 "구황"이다.

서울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에서는 이 구황을 이용하여 새우와 부추볶음,조개관자살과 부추볶음,돼지고기와 부추볶음 등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과 대만 지역 등에서 주로 나는 구황은 보통 우리가 먹는 파란 색의 부추보다 매운 맛이 덜 하고 향이 더 진하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도원"의 주업림 부장(50)은 "일반 부추가 동이라면 구황은 금"이라고 잘라 말한다.

일반 부추보다 훨씬 고가인데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종자를 심어도 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산동 지방에서 직수입한 것을 쓰고 있다.

한겨울에 돋아나는 노란 부추싹은 중국 귀족들의 밥상에도 오르고 했던 귀물로 여름철에는 질겨지기 쉬우며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 연해져 요즘이 먹기에 가장 좋다.

특히 돼지고기 새우 조개 관자살등은 부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식품으로 부추의 독특한 향미가 재료와 함께 섞이고 부추의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새우 조개 등의 풍만한 해산물 맛이 입안 가득 어우러져 말그대로 산해 진미를 느끼게 한다.

꽃빵을 고추기름 간장에 살짝 찍어 함께 먹으면 담백한 꽃빵과 고추기름간장의 매콤함,구황 부추 특유의 톡쏘는 향과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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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추볶음 요리법 ]

새우살의 쫄깃한 맛과 부추의 아삭한 맛이 잘 조화를 이루는 새우와 부추볶음은 부추를 4cm가량으로 잘라 소금과 조미료 청주로 간을 한 뒤 새우는 등을 따서 내장을 제거하고 녹말가루와 계란에 차례로 묻혔다.

부추와 새우는 기름에 슬쩍 둘러내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강한 불에 빨리 볶아내는 것이다.

약한 불에 볶을 경우 재료의 수분과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라는 게 주 부장의 설명이다.

조개관자살과 부추볶음은 조개 관자살을 먼저 물에 살짝 데쳐낸 뒤 사용하며 조리법은 새우와 똑같다.

돼지고기와 부추볶음도 돼지고기를 녹말 간장 계란을 묻혀낸 다음 미리 간을 해놓은 부추와 기름에 재빨리 볶는다.

돼지고기의 씹히는 육질이 부추의 사각거리는 느낌과 조화를 이룬다.

구황부추 특선은 작은 접시와 큰 접시로 나눠 제공하는데 작은 접시는 2~3인용.

가격은 일품당 3만~5만원이다. 파란 부추를 사용해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로는 부추전 부추잡채 부추김치 부추튀김 등이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