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현대문화의 조감도를 세밀하게 제시하며 인간의 초상을 다양하게 읽어낸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저자 김용석 로마 그레고리안대 교수가 신간 ''미녀와 야수,그리고 인간''(푸른숲,1만5천원)을 내놓았다.

대중문화,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문화 담론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저자는 4편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텍스트로 삼아 각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콘텐츠를 명쾌한 논리와 따뜻한 문체로 풀어놓고 있다.

서구인들이 지니고 있는 의식구조의 다양한 면을 알 수 있는 사랑이야기 ''미녀와 야수''.

이 작품은 설화와 동화를 바탕으로 했던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우선 선과 악의 대립적 상황을 기본 틀로 하는 중세적 서사구조를 사용하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은 첫눈에 반하는 게 아니라 갈등과 충돌로 만남을 시작한다.

여주인공 벨은 고전적인 미의 관념을 의도적으로 위배한다.호기심과 독립심 용기 자존심 등이 벨의 캐릭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 작품이 "서구 변증법의 양대 기둥인 헤라클레이토스와 헤겔의 사상이 적용된 좋은 예"라고 말한다.

남녀의 사랑을 그린 ''알라딘''은 매우 흥미로운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그것은 바로 ''자유와 진리''다.

이 작품에서는 일상적 삶의 구체적 표상으로서 정직 신뢰 정의 법 자아극복 정체성 자율성 등의 문제들이 부각된다.

저자는 플라톤과 마키아밸리의 ''덕의 개념''을 원용해 이런 문제들을 탐색하고 있다.

디즈니 르네상스의 마지막 작품 ''라이언 킹''.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복합성(complexity)이다.

주제의 복합성,등장인물의 복합성,그리고 메시지의 복합성 등.

저자에 따르면 ''라이언 킹''은 극적 전개 및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귀환''이라는 주제 덕분에 장중한 분위기를 띤다.

또 신비롭고 주술적이며 유토피아적인 요소들이 역설적으로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세계관을 주제에 대입해가며 정체성과 개인성의 의미를 끌어내고 있다.이 책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고를 익힐 수 있도록 이끄는 철학 교양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