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2차 금융개혁] 국민+주택 일단 '브레이크'

2차 은행 구조조정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 우량은행간 합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합병작업은 노조의 반발에 따라 "일단 중지"가 선언되는 형편에 처했다.이같은 혼란은 정부의 조급증과 은행장의 무소신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다.

금융계에서는 쫓기듯 진행된 두 은행간 합병 추진이 결국 노조반발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진통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갈팡질팡하는 국민은행 =국민은행은의 상황은 이날 하루 종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이틀째 감금상태에 처한 김상훈 행장은 노조뿐만 아니라 차장급 직원까지 합병에 반대하자 이날 직원에게 전자메일을 보냈다.

이 편지에서 김 행장은 "주택은행과 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한 노조원은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자해를 기도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밤 9시30분께 이경수 노조위원장은 김 행장과 단독면담하면서 "합병논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다.

면담이 끝난 밤 11시께 김 행장과 이 위원장은 "향후 합병 추진시 직원들의 의사를 수렴해 투명하게 추진한다"는 문서에 공동 서명했다.이같은 합의문서에도 만족치 못한 노조는 김 행장에게 공식 발표를 요구했다.

노조원의 합병중단 선언 요구에 이끌려 밤 12시께 행장실에서 나온 김 행장은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주택은행과의 합병논의를 일단 중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김 행장은 노조원이 이번에는 합병취소를 요구하자 다시 행장실로 돌아가 문을 잠그고 장고(長考)에 빠졌다.

합병 어떻게 될까 =김 행장이 합병논의 중지를 선언했지만 국민+주택조합이 완전히 백지화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행장의 발언이 노조의 위압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득하지 못하고 힘에 밀렸다는 측면에서 현 경영진이 합병논의를 재추진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와관련,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측이 합병논의를 주도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M&A(인수합병)팀은 주택은행의 컨설팅회사와 함께 구체적인 합병작업을 벌이고 있다.

단 노조의 반발 등을 우려해 지주회사 편입 결정을 유보한 외환은행의 코메르츠방크처럼 이번 사태로 골드만삭스가 한발 뒤로 뺄 수도 있다.금융계에서는 국민과 주택간 합병논의가 최종적으로 무산되면 현재 합병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하나.한미은행과 두 은행이 새로운 조합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한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