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 코리아] 화학.제지.제약 외국계 '독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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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强)의 법칙(Rule of Three)"
미국 에모리대의 자그디쉬 셰트 교수와 조지 메이슨대의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는 얼마전 월 스트리트 저널에 이같은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세계 산업계에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세계 시장의 글로벌 통합화가 가속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각 산업별로 국경을 뛰어 넘는 구조 조정이 이뤄지고, 궁극적으로는 업종별 3대 기업 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게 두 교수가 예단한 "3강 법칙"의 골자다.
예컨대 맥주 렌터카 타이어 보험 알루미늄 석유화학 항공 청량음료 운동화 등의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이미 "3강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거대 기업들간에 합병이 잇따르고 있는 은행 제약 정보통신 등 역시 이들과 같은 "무자비한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두 교수는 진단했다.
이들에 따르면 업종별로 3대 "성층권 기업(inner circle competitors)"들이 세계 시장의 70% 가량을 나누어 갖고 나머지 30% 정도만이 중소 틈새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구도(構圖)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글로벌 시장을 과점할 3강 기업들은 양적 확장 경쟁에 주안점을 두는 종합 기업형(generalist)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틈새 기업들은 특정 시장이나 소수의 품목에 특화하는 전문 기업형(specialist)을 추구하는 보완 관계를 나타낼 것이라는 진단도 덧붙여졌다.
국내 산업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보고가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펴낸 "외국기업 국내진출 본격화의 파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산업의 대외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군소업체들의 몰락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1~3위 업체와 다국적 기업간의 과점 경쟁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토착화"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무장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가속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일정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토종"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화학 제지 제약 등의 업종은 이미 외국계 기업들의 "독무대"로 바뀌다시피 한 가운데 금융 서비스 유통산업과 정보통신 등 일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업들의 판세 확산이 국내 업계의 기존 질서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그같은 변화는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한다.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외국계 기업들이 월등한 경영능력을 국내에 이식시켜 "토종" 기업들의 효율화와 글로벌화를 촉진시키는 촉매로 작용한다는 점이 거론된다.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은 건실한 재무구조와 효율적인 시스템, 철저한 수익위주 경영으로 국내 기업들에 비해 우월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중장비 부문을 인수해 출범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지난 98년 5월 볼보가 삼성 중장비부문을 7억2천만달러에 인수했을 당시 이 회사는 건설경기 침체와 국내시장에서의 과당 경쟁 등으로 인해 대형적자가 누적되는 등 만신창이 상태였다.
97년 한햇동안 9백55억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다.
그러나 볼보는 이 회사를 인수한지 2년 남짓만인 올해 재무구조를 흑자 기조로 돌려 놓았다.
지난 11월30일 "무역의 날"에는 2억달러 수출의 탑을 받는 등 "수출 한국"에 일조하는 "한국 기업"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볼보가 이처럼 짧은 시간내에 알짜배기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구조를 굴삭기 위주로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하는 등 경영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혁신한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미국의 뉴브릿지 캐피털사는 제일은행 경영권을 인수한 뒤 상임 이사(6명)보다 많은 7명의 비상임 이사를 선임, 경영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초점을 맞춘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역시 미국계 자본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한미은행은 "토종" 은행들과 달리 기존의 기능별 조직을 리테일고객 본부, 기업영업 본부 등 사업부 제도로 개편해 한차원 높은 수익력을 과시하고 있다.외국계 기업들은 이처럼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경영 기법을 국내에 도입하는 "전령사"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
미국 에모리대의 자그디쉬 셰트 교수와 조지 메이슨대의 라젠드라 시소디아 교수는 얼마전 월 스트리트 저널에 이같은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세계 산업계에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세계 시장의 글로벌 통합화가 가속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각 산업별로 국경을 뛰어 넘는 구조 조정이 이뤄지고, 궁극적으로는 업종별 3대 기업 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게 두 교수가 예단한 "3강 법칙"의 골자다.
예컨대 맥주 렌터카 타이어 보험 알루미늄 석유화학 항공 청량음료 운동화 등의 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이미 "3강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거대 기업들간에 합병이 잇따르고 있는 은행 제약 정보통신 등 역시 이들과 같은 "무자비한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두 교수는 진단했다.
이들에 따르면 업종별로 3대 "성층권 기업(inner circle competitors)"들이 세계 시장의 70% 가량을 나누어 갖고 나머지 30% 정도만이 중소 틈새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구도(構圖)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글로벌 시장을 과점할 3강 기업들은 양적 확장 경쟁에 주안점을 두는 종합 기업형(generalist)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틈새 기업들은 특정 시장이나 소수의 품목에 특화하는 전문 기업형(specialist)을 추구하는 보완 관계를 나타낼 것이라는 진단도 덧붙여졌다.
국내 산업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보고가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펴낸 "외국기업 국내진출 본격화의 파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산업의 대외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군소업체들의 몰락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1~3위 업체와 다국적 기업간의 과점 경쟁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토착화"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무장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가속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일정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토종"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화학 제지 제약 등의 업종은 이미 외국계 기업들의 "독무대"로 바뀌다시피 한 가운데 금융 서비스 유통산업과 정보통신 등 일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기업들의 판세 확산이 국내 업계의 기존 질서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그같은 변화는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한다.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외국계 기업들이 월등한 경영능력을 국내에 이식시켜 "토종" 기업들의 효율화와 글로벌화를 촉진시키는 촉매로 작용한다는 점이 거론된다.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은 건실한 재무구조와 효율적인 시스템, 철저한 수익위주 경영으로 국내 기업들에 비해 우월한 경영성과를 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중장비 부문을 인수해 출범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지난 98년 5월 볼보가 삼성 중장비부문을 7억2천만달러에 인수했을 당시 이 회사는 건설경기 침체와 국내시장에서의 과당 경쟁 등으로 인해 대형적자가 누적되는 등 만신창이 상태였다.
97년 한햇동안 9백55억원의 적자를 냈을 정도다.
그러나 볼보는 이 회사를 인수한지 2년 남짓만인 올해 재무구조를 흑자 기조로 돌려 놓았다.
지난 11월30일 "무역의 날"에는 2억달러 수출의 탑을 받는 등 "수출 한국"에 일조하는 "한국 기업"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볼보가 이처럼 짧은 시간내에 알짜배기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구조를 굴삭기 위주로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하는 등 경영 프로세스를 과감하게 혁신한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미국의 뉴브릿지 캐피털사는 제일은행 경영권을 인수한 뒤 상임 이사(6명)보다 많은 7명의 비상임 이사를 선임, 경영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초점을 맞춘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역시 미국계 자본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한미은행은 "토종" 은행들과 달리 기존의 기능별 조직을 리테일고객 본부, 기업영업 본부 등 사업부 제도로 개편해 한차원 높은 수익력을 과시하고 있다.외국계 기업들은 이처럼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경영 기법을 국내에 도입하는 "전령사"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