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미술품 과세유예 불가피하지만

국회 재경위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시가 2천만원 이상의 서화와 골동품에 대한 양도세 과세를 또다시 3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같은 결정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형평의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도 쉽지 않은 미묘한 사안이라고 본다.현실적으로 과세포착이 어렵고 객관적인 금액평가도 쉽지 않다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더이상 소모성 논쟁으로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미술품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등 과세여건 정비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미술품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방침은 지난 90년 입법화 됐지만 98년까지 네차례나 시행이 유보돼온 해묵은 과제다.그만큼 미술계의 반대가 거세다는 반증이다.

반대이유는 창작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에서 부터 미술품 시장을 위축시키고 미술품 거래를 더욱 음성화시키며 세수증대효과도 무시할 정도로 작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예술품에 과세하는 예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문화재보호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강변하기까지 한다.한마디로 과세에 따른 실익은 없고 부작용만 크다는 얘기다.

아무리 명분이 뚜렷하다고 해도 정책시행의 현실성이 없는 경우 공연히 사회혼란만 몰고 온 사례는 수없이 많다.

현정부 들어서 추진된 의료보험 통폐합과 의약분업 등도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미술품 과세문제도 마찬가지다.

과세기준을 시가 2천만원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평가금액의 적정성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을테고 거래사실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워 부작용만 두드러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이렇게 볼때 이번 과세유예 조치는 어느정도 불가피하다고 이해해줄 여지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과세유예를 거듭할 수도 없고 과세를 포기하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래파악이 어렵고 공정한 평가금액마저 산정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미술품 경매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다.외환위기와 경기하강 탓으로 미술품가격의 거품도 상당히 걷힌데다 전자상거래 발달의 영향으로 거래투명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미술품 경매제가 예상보다 쉽게 정착될 수 있다.

이렇게 유통구조 가격산정 보유명세 등 과세여건부터 제대로 정비한 뒤 양도세를 과세하면 과세형평의 명분과 세수증대라는 실리를 무리없이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