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보화 대상] 정보화가 미래운명 가른다

정보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90년대 중 간접부문의 업무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던 정보화가 이제는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각 기업은 그룹웨어 인트라넷 ERP(전사적자원관리)등 내부 정보화는 물론 협력업체나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외부 정보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일 기업정보화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은 한국투자신탁증권의 경우 증권업에 관한한 후발주자이지만 정보화에서는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영업점에서는 모든 업무를 "드림스"라는 CRM시스템을 이용해 처리하는데 직원은 물론 고객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 시스템의 "긴급고지"기능만 봐도 그렇다.

"드림스"를 도입하기 전에는 직원들에게 알릴 사항이 있으면 인트라넷 게시판에 고지문을 올렸다. 이런 까닭에 미처 고지문을 읽지 못한 직원들이 착오를 빚고 뒤늦게 고객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긴급고지문이 직원들의 컴퓨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자동으로 뜨기 때문에 본사가 긴급히 방침을 바꿔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기업정보화 금융부문 대상을 받은 삼성캐피탈은 최근 1년새 시장점유율을 26%에서 35%까지 끌어올렸고 99년초 6%를 웃돌았던 연체율은 1%선까지 끌어내렸다.

물론 경영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삼성캐피탈 제진훈 사장은 "최근 수년간 정보화에 힘을 쏟았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금융업체로는 맨먼저 도입한 디지털오피스만 봐도 정보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객면담후 대출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2.7일.

그러나 지금은 한나절이면 대출결정이 난다.

디지털오피스 덕분이다.

영업사원들은 현장에서 고객정보를 보면서 상담을 하고 터치스크린으로 고객의 사인을 받아 곧장 본사에 대출신청서를 보낸다.

정보화 우수업체들은 이제 외부를 지향하고 있다.

정보화 대상을 일반고객이나 협력업체로 넓혀 이들과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이나 삼성캐피탈처럼 정보화로 인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이후엔 CRM 구축이 붐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기업 내부의 정보화도 마무리하지 못한 업체가 많다.

정보 소통량이 늘어남에 따라 통신망을 늘리느라 허둥대는 기업도 있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산발적으로 도입한 각종 시스템을 통합하고 효율화하는 작업에 주력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ERP 도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이런 추세에 맞춰 패키지 형태의 상품도 많이 나왔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e비즈니스 추진도 기업정보화의 큰 흐름으로 꼽을 수 있다.

2~3년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인터넷 활용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사를 알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을 고객과 만나는 장소로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사이버지점(www.kepco.co.kr/cyber)을 오픈,전기상담 민원접수 전기요금계산 심야전력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빌링 서비스도 하고 있다.

기업정보화에 실패해 거액의 돈을 낭비한 기업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정보화 담당자가 심하게 문책을 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업의 최고경영자중엔 "정보화는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 굳이 앞서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정보산업연합회의 이기운 부장은 "간접부문에서만 정보화가 진행되던 초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고 실패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전략부문까지 정보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에는 정보화에 뒤지면 아예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