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强-엔 弱' 당분간 지속...달러는 중립

국제외환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최근 엔화가치가 속락하고 유로화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그동안 강세통화(달러·엔)와 약세통화(유로)로 대별되던 시장판도가 ''유로 강세-달러 중립-엔 약세''의 구도를 보이고 있다.엔화가치는 19일 도쿄시장에서 달러당 1백12엔대에서 움직여 연초(1백1엔선)에 비해 11엔이나 떨어진 상태다.

유로화는 전날 장중한때 3개월 만에 다시 유로당 0.9달러대로 올라섰다.

유로화는 지난 10월 말에는 출범후 최저가인 0.82달러까지 떨어져 유럽단일통화로서의 체면을 구겼었다.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4개월 만에 다시 유로당 1백엔대로 올라섰다.

유로화가치는 엔화에 대해 지난 10월 유로당 90엔선까지 내려갔었다.

이같은 유로화 회복세는 그동안 고유가와 함께 세계경제 불안요인중 하나로 지목돼온 ''저(低)유로''라는 악재가 소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최근의 유로화가치 상승세는 유럽경제가 아직 건실한 반면 미국의 경기하강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일본도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2.4%(2.4분기에는 5.6%)로 추락,경착륙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일본도 경기회복세가 매우 약해지고 있다.일본은행은 19일 경기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3월에 끝나는 2000회계연도의 일본 경제성장률은 정부예상치 1.5%보다 낮은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로존은 2002년까지 연간 3% 안팎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의 최대변수는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유로화가치는 단기적으로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금리인하시 미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미증시에 투자하려는 국제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남으로써 달러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증시)거품 제거작업이 계속돼 달러가치를 끌어내릴 것(시티은행의 환율분석가 로버트 신체)"이라며 유로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가치는 미금리 인하와 관계없이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일본 다이와은행의 외환전문가인 오카베 다케오는 "내년 3월 결산을 앞두고 일본기업들의 엔화수요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엔화가치가 작게는 달러당 1백15엔까지,크게는 1백2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