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닷컴인과 정치인의 교류

지난달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된 미국 상원의원 선거의 스타는 단연 힐러리 클린턴이다.

현직 대통령 부인의 상원의원 당선이란 극적 요소 때문이다.그러나 미국언론들이 힐러리 버금가게 여기는 스타가 또 한명 있다.

워싱턴주에서 민주당으로 당선된 마리아 캔트웰(여·42).아슬아슬한 접전으로 가장 늦게 당선이 확정된 데다 그녀로 인해 상원의 민주·공화 비율이 50대50이 됐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스타로 대접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바로 닷컴기업인 출신이란 점이다.

리얼네트웍스라는 소프트웨어메이커에서 활약했던 그녀는 초선 당선자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뒤 "상원 의사당에 랩톱을 가지고 들어가는 게 허용되지 않는데 놀랐다"며 "인터넷혁명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당 분위기를 바꿔 놓을 것"이라는 일성을 토했다.

최근들어 미 정계에 입문하는 닷컴인들이 늘고 있다.블루마운틴닷컴의 창업주인 제리드 폴리스(25)도 지난 선거에서 콜로라도 교육위원으로 당선됐다.

무료 인터넷카드배달 사이트를 Excite@Home에 9억5천만달러를 받고 판 그는 "인터넷비즈니스의 속도가 너무 빨라 닷컴인들은 불과 몇년 만에 세상을 다 산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변화속도가 느린 정부조직에서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eBay를 떠난 스티브 웨슬리(44)도 "정치는 오랜 꿈이었다"며 2002년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정부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정치인이 닷컴에 뛰어드는 거꾸로의 경우도 있다.

마이클 매커리(46) 전 백악관대변인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대변인 시절 백악관 웹사이트에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는 그는 내년 1월 정치뉴스 웹사이트인 Grassroots.com의 CEO로 변신한다.

닷컴인들이 정치인이 되고 정치인이 닷컴인이 되는데는 모두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이들의 활약은 양쪽 모두의 발전에 유익할 것이란 게 미국내 여론이다.한국의 정현준.진승현게이트처럼 닷컴과 정치인들이 얽혀 공멸하는 일만 없다면 말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