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기대 못 미친 'IR자료'

"일본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싶습니다. 연락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일본 벤처자금이 밀려온다''는 한경기사가 나간 19일 아침부터 적지않은 한국벤처기업인들이 전화와 e메일로 이같은 문의를 해왔다.인터넷에 사이버마을을 만드는 벤처기업의 K사장은 "내년초면 개발중인 솔루션이 완성돼 매출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자금문제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일본계 자금과 접촉하고 싶다"고 말했다.

e비즈니스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L씨도 "올초 받은 투자자금으로 몇가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운영자금이 모자라 애를 먹고 있다"며 추가적인 투자유치 여부가 기업 생존을 좌우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한국유망 벤처기업중 자금난을 겪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경기침체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의 여파가 벤처기업의 목을 옭죄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들려온 일본 벤처캐피털의 한국투자 소식은 한국의 벤처기업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국 벤처기업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기술력에 앞서 투명성 등 경영의 기본을 중시하는 자세인 것 같다.최근 대덕밸리를 방문했던 일본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은 한국 벤처기업에 두번 놀랐다고 한다.

전체 임직원이 10명도 채 안되는 벤처기업들이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반해 기업설명(IR)자료와 같이 투자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한 자료나,투자자들에게 회사를 확실히 알리는 방법에 있어서는 수준이하였다는 평가를 내렸다.지난주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 벤처캐피털 아펙스 그로비스의 호리 요시토 대표는 "장래성이 있어 보이는 한국 벤처기업들이 많았지만 자신들의 약점을 밝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벤처기업은 흔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쩌면 당장의 갈증 해소보다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투명한 경영이 한국벤처기업인에게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길덕 벤처중기부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