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재계 '실패에서 배운다'] (4) '무리한 짝짓기'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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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11월 부도가 난뒤 올해 비로소 법정관리를 인가받아 회생을 모색중인 해태전자.
해태의 위기는 국내 오디오브랜드 1위 업체인 인켈을 인수한데서 싹트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지난 96년 11월 인켈과 합병으로 해태는 전자업계의 새 기대주로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LG전자등 대형 전자업체들을 따돌리고 인켈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해태는 전자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야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해태는 인켈 인수를 통해 ''식품''이라는 그룹 이미지를 벗고 멀티미디어 전자그룹을 지향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그러나 97년 2월부터 인켈 인수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부도''에 이르는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해태전자 임원을 지냈던 A씨가 들려준 인수합병(M&A)내막.
"인켈을 인수한 뒤 드러난 우발채무 등 부실이 예상외로 컸고 이것이 해태전자를 일격에 동반 부실로 몰고 갔다" A씨의 이어진 얘기는 한국적 M&A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수전 인켈에 대한 정밀한 실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박건배 해태그룹 회장과 인켈 대주주가 친분이 있다는 점 때문에 ''믿고 하자''는 식이었다"
한 M&A분야 전문가는 "인지상정이 개입된 한국적 M&A가 초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M&A는 기업을 키우는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신규 사업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핵심사업의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 경우도 흔한 것이 M&A다.
만남 자체가 화를 초래,기업을 부도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성공사례보다 더 많다.
이 일에 이골이 난 미국기업들이 신중을 기하는 것도 실패확률이 높은 게임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대우차를 포기한 것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난무하지만 대우차의 해외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게 정설로 통한다.
해태전자가 ''하자있는'' 기업을 인수해 망한 케이스라면 대한중석은 ''문제기업''에 인수당해 망가진 경우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이던 대한중석은 94년 거평그룹 나승렬 회장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이후 강남상호신용금고 등 거평의 무차별적인 확장을 위한 ''돈줄''노릇을 하다 결국 모기업의 부도와 함께 생명을 다하게 된다.
지난 98년 ''빅딜''타이틀을 달고 정책적으로 이뤄진 M&A에서도 ''궁합''이 맞지않아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다.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등의 철도차량 부문을 합쳐 놓은 한국철도차량은 매출이 오히려 전보다 줄고 적자가 누적되는 비효율기업으로 전락했다.
LG반도체를 합병한 현대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라는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과다한 부채로 위기에 처해있다.시장 흐름을 무시하고 정부주도로 추진된 ''정략결혼''식 M&A가 시장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국에 이르기 쉬운 것은 ''시장경제의 필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
해태의 위기는 국내 오디오브랜드 1위 업체인 인켈을 인수한데서 싹트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지난 96년 11월 인켈과 합병으로 해태는 전자업계의 새 기대주로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LG전자등 대형 전자업체들을 따돌리고 인켈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해태는 전자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야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해태는 인켈 인수를 통해 ''식품''이라는 그룹 이미지를 벗고 멀티미디어 전자그룹을 지향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그러나 97년 2월부터 인켈 인수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부도''에 이르는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해태전자 임원을 지냈던 A씨가 들려준 인수합병(M&A)내막.
"인켈을 인수한 뒤 드러난 우발채무 등 부실이 예상외로 컸고 이것이 해태전자를 일격에 동반 부실로 몰고 갔다" A씨의 이어진 얘기는 한국적 M&A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인수전 인켈에 대한 정밀한 실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박건배 해태그룹 회장과 인켈 대주주가 친분이 있다는 점 때문에 ''믿고 하자''는 식이었다"
한 M&A분야 전문가는 "인지상정이 개입된 한국적 M&A가 초래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M&A는 기업을 키우는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신규 사업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핵심사업의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 경우도 흔한 것이 M&A다.
만남 자체가 화를 초래,기업을 부도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성공사례보다 더 많다.
이 일에 이골이 난 미국기업들이 신중을 기하는 것도 실패확률이 높은 게임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대우차를 포기한 것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난무하지만 대우차의 해외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게 정설로 통한다.
해태전자가 ''하자있는'' 기업을 인수해 망한 케이스라면 대한중석은 ''문제기업''에 인수당해 망가진 경우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이던 대한중석은 94년 거평그룹 나승렬 회장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이후 강남상호신용금고 등 거평의 무차별적인 확장을 위한 ''돈줄''노릇을 하다 결국 모기업의 부도와 함께 생명을 다하게 된다.
지난 98년 ''빅딜''타이틀을 달고 정책적으로 이뤄진 M&A에서도 ''궁합''이 맞지않아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다.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등의 철도차량 부문을 합쳐 놓은 한국철도차량은 매출이 오히려 전보다 줄고 적자가 누적되는 비효율기업으로 전락했다.
LG반도체를 합병한 현대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라는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누리기도 전에 과다한 부채로 위기에 처해있다.시장 흐름을 무시하고 정부주도로 추진된 ''정략결혼''식 M&A가 시장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파국에 이르기 쉬운 것은 ''시장경제의 필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