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불안감'에 결산매물 겹쳐 .. 외국인 3일째 순매도 '배경 뭔가'

올해 증시 폐장일(26일)을 코 앞에 두고 외국인이 계속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0일 5백2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1일에 4백77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시간외 거래에서 LG전자 1천1백만주를 자전거래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8백억원 가량 순매도한 셈이다.

22일에도 2백28억원을 순매도했다.

연 사흘에 걸친 외국인의 이같은 매도공세 배경은 무엇일까.

내년 한국증시 전망을 그만큼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단순한 연말 현상에 불과한 것인가.

과거에 외국인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매매규모를 대폭 줄였다.

연말결산을 하고 다음해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서였다.

시장관계자들의 해석은 종합적이다.

내년장세에 대한 불안감과 연말 현상이 뒤섞이면서 외국인의 매물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 연말 결산용 매물 =엥도수에즈 WI카 증권의 한 관계자는 "연말 결산(Book Closing)과 내년도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해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권지훈 이사도 "특별한 악재 때문에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어서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며 "외국인은 올해를 마감하고 내년 운용전략을 짜기 위해 지난 11월말부터 주식을 팔아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CSFB 창구로 현대전자 매물이 대량으로 흘러나온 것과 관련해 한 관계자는 "현대전자의 유동성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 내년 증시에 대한 불안감 =최근의 외국인 매물에 비관적인 해석을 내리는 시각도 없지 않다.

CSFB증권 관계자는 "나스닥주가 불안 등으로 미국의 뮤추얼펀드에서 환매자금이 빠져 나가 한국비중을 축소하는 경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장중 매매패턴에서 그런 모습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장 동시호가에 매수주문이나 매도주문을 한꺼번에 내놓고 이후 나눠서 매매해 달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장중 실시간으로 한국 주가흐름을 유심히 살펴가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바로 내년 주가향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며 "장기투자성 대형 펀드도 장중 대량으로 매물을 내놓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 전망 =그렇지만 내년에 외국인이 주식을 다시 매수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증권은 ''한국시장 전략'' 보고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460선으로 떨어지면 매수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460선까지 밀리는 것은 시가총액이 19조원이 더 줄어들고 삼성전자 한국통신 등이 현 수준에서 25%나 과매도되는 것이어서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주가는 이미 상당히 떨어진 상태여서 내년 들어 세계경기 지표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이 증권사는 분석했다.

ABN암로의 권 이사도 "국내 경기둔화, 미국 경기둔화로 내년초에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지난 98년초처럼 헤지펀드들이 몰려들면서 단기유동성 장세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외에 중장기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면 기업및 금융권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어야 단기유동성 장세가 본격적인 반등장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