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합병] 자산 167조...'슈퍼뱅크' 탄생 .. 의미.전망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을 공식발표했지만 하나로 통합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합병 철회를 요구하고 전면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반발 무마가 첫번째 관건이다.또 이날 기습적으로 합병이 발표된 데서 보듯 두 은행은 ''합병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이다.

그동안 논의했다가 노조반발로 중단됐던 합병은행장, 합병은행명 등에 대해 세세한 실무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 노조 반발 해결이 관건 =가장 시급한 ''발등에 불''은 노조의 반발이다.두 은행 노조원 1만3천여명은 전날 저녁부터 국민은행 일산 연수원에 모여 파업투쟁에 들어간 상태다.

이날 합병발표 내용도 이같은 노조반발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구조조정이 후퇴할 것이라는 안팎의 압력에 밀려 급조된 성격이 짙다.

두 행장이 서명했다는 합병합의서를 보여달라는 질문에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안 가지고 왔다"고 회피할 정도였다.파업중인 두 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새벽 노사정위원회에서 합병은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긴다''는 합의를 하루도 못돼 뒤집은 것"이라며 "합병발표가 철회될 때까지 총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이와 관련, 오는 28일 금융권 총파업을 벌이기로 해 연말 노사 대충돌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훈 행장은 "노조원을 꾸준히 설득해 왔다"며 "합병하더라도 급격한 인력 감축은 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에 노조도 결국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두 은행간 합병은 어쨌든 은행권의 2차 지각변동을 가져오는 계기다.

내년에 은행권은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와 주택-국민 합병은행의 양축으로 크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김상훈 행장은 "두 은행의 통합은 여러 가지 사유로 지연돼 왔던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통합작업 순조로울까 =합병은 새로운 은행을 만들어 두 은행이 흡수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존속법인을 어디로 할 것인지를 놓고 벌였던 주도권 다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게 된 셈이다.

하지만 합병에서 중요한 합병은행명, 합병은행장 등의 핵심사안은 합의되지 않았다.

두 은행은 이에 따라 조만간 합병추진위원회와 추진실무단을 만들어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합병비율은 두 은행 주가와 시가총액을 감안해 결정됐다.

하지만 외부평가기관의 자산.부채 실사결과 어느 한쪽이 이견이 있을 경우 합병추진위원회에서 합병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있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합병비율에서 유리한 주택은행측이 합병은행명과 합병은행장을 결정하는데 주도권을 쥘 전망이다.

이날 두 은행이 낸 보도자료에는 "존속법인과 합병은행명은 국민은행으로 한다"고 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김상훈 행장은 "이전에 합병을 논의할 때 검토했던 내용일 뿐"이라며 "지금부터 모든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가 안이뤄지면 합병무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인적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소매금융 분야에서, 주택은행은 주택금융 분야에서 성장해 온 만큼 업무나 조직 문화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이에 대해 김상훈 행장은 "새로운 은행을 만들어 흡수하는 방식인 만큼 두 은행 인력간 갈등은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