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합병] 은행권 재편 급류탈듯 .. '다른은행 어떻게 되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발표로 하나-한미은행의 합병논의와 외환-한빛의 지주회사 통합논의 등 다른 은행들의 재편구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파업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국민-주택은행장이 전격 합병선언이라는 "강수"를 둔 데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돼 합병이나 지주회사 통합을 통한 여타 은행권의 재편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하나와 한미 =국민-주택은행의 합병발표는 그동안 다른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하나-한미은행의 합병에 동의하지 않았던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의 입지를 상당히 좁혀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주 칼라일아시아 회장은 이달 초 김정태 주택은행장을 만나는 등 사실상 ''양다리''를 걸치면서 협상포지션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 왔다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연내에 하나-한미은행의 합병선언이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칼라일은 하나-한미은행의 합병이 합병은행의 주가를 올려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지난 20일 "연말까지만 칼라일과 한미은행의 입장표명을 기다린 후 반응이 없으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독자생존이나 다른 은행과의 합병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하겠다"며 한미와 칼라일을 압박했다.

그러나 한미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내에 칼라일이 입장을 밝힐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빛과 외환 =외환은행을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에 통합하려는 정부의 시도도 새로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밀어붙이기''를 마무리한 정부가 외환-한빛은행의 통합작업에 다시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의사를 타진받은 코메르츠는 아직 긍정도 부정도 않고 있다.지난 17일 독일을 방문한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들에게도 "노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정도의 의례적인 답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위 관계자는 "코메르츠가 고민중이므로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 신한과 제주 =신한은행으로부터 경영자문을 받고 6개월 후 신한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될 계획이었던 제주은행은 고민이 커졌다.

2002년 6월까지 지주회사의 기능재편을 유보, 각 은행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노.정 합의로 정부 주도 지주회사 편입이 낫지 않느냐는 내부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제주은행 입장에서는 제주지역에 중복 점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우량은행인 신한은행 지주회사로의 편입이라는 기존 방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