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크리스마스 선물

경기도 일산의 한 교회에선 올해 성탄절 전야예배를 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형편껏 주변의 복지시설이나 불우이웃을 찾도록 했다는 것이다.환히 불 켜진 교회 안에서 성극(聖劇)을 공연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찾아온 예수를 맞는, 의례적인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이브''에서 벗어나 교회 밖 어둡고 추운 곳을 돌아보는 ''함께 하는 성탄절전야''로 바꾼 셈이다.

사랑은 진정 나눌수록 커진다.

크고 거창한 도움이 아니어도 상관없다.힘겹고 외로운 이들은 누군가 자기를 완전히 모른 체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달픔과 세상에 대한 원망을 줄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정신및 지체 장애자 수용처를 비롯한 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소년소녀 가장, 갑작스런 실직등으로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다정한 격려의 말 한마디가 소중한 것은 이런 까닭일 터이다.

세상이 어수선한 탓일까.올겨울 소외된 이웃들은 유독 스산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복지시설의 경우 97년 외환위기 이후 끊겼던 후원이 되살아나는 듯하더니 경기하강 소식과 함께 다시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보육원이나 장애자시설의 경우 난방비가 모자라 차디찬 방안에서 지내야 하는가 하면 더운물도 없는데 종이기저귀까지 모자라 쩔쩔 매는 곳도 많다는 보도다.모두가 좌불안석이다.

많은 사람이 ''나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에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꿈을 잃는다고 인정까지 버리는 건 서글프다.

오 헨리의 단편 ''현자의 선물(The Gift of The Magi)''의 짐과 델라 부부는 서로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린다.

아내는 남편에게 줄 시계줄을 구하려 머리카락을, 짐은 아내의 머리빗세트를 위해 시계를 내다판다.

복지시설에 갈수 없으면 어떠랴.

갑자기 힘든 처지에 빠진 줄 알면서도 ''민망해서'' ''뭐라 할말이 없어서'' 그냥 있을게 아니라 찾아가 그저 손을 굳게 잡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방법이야 어떻든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성탄절과 연말연시였으면 좋겠다.

사랑엔 보이지 않는 구원의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