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의 '경영노트'] ''땡' 도매의 대부, 샐비지세일'

최근 기업 부도 사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하는 전국 어음부도율이 지난달 0.63%로 나타났다.최근 1년 사이 평균치의 근 3배로 껑충 뛴 것이다.

더욱 실감나는 것은 지하철 안 풍경이다.

파산회사 제품을 박스에 대충 넣고 다니며 헐값에 파는 이른바 땡처리 판매원들의 모습이 전보다 더 자주 눈에 띈다.세계 최고의 땡처리 업체는 미국 휴스톤의 샐비지세일(SalvageSale.com,Inc.)이다.

도산 기업들이 남기고 간 재고들, 신제품 출시로 판로가 막히게 된 구식 모델 가전제품들, 운송도중 파손된 제품들, 화재나 홍수 등으로 변질된 상품들, 또는 너무 오래돼 살짝 맛이 간 음식료품과 농산물 등을 전문 취급한다.

한마디로 "땡" 도매의 대부인 셈이다.건축자재, 화공약품, 광산물, 펄프와 종이, 플라스틱, 고무, 철제품 등 원자재로부터 직물과 의류, 운송 기기 및 컴퓨터와 관련 부품, 그리고 일반 소매용품에 이르기까지 취급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일례로 유통기한이 지난 포도통조림은 최근 이곳을 통해 가축 사료로 팔려 나갔다.

이 회사는 올해 나이 32세의 찰리 윌슨이 지난해 11월 창립했다.윌슨은 10년 전 대학 졸업 후 샐비지업, 즉 떨이중개업을 20년간 해 오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 후 사업영역을 미국 전역과 멕시코, 페루 등지로 확대하면서 1990년, 시레일(SeaRail)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1998년에는 더 매끄러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샐비지세일닷컴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런데 정작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보니 전통적 사업방식보다 이것이 더 유용하고 인기가 좋은 것이었다.

이에 지난해 11월에는 샐비지세일 사이트 이름을 따 회사를 새로 만들고 본래 회사는 폐업했다.

30년 가업이 사이버세계로 이사한 것이다.

이 회사는 미공개 기업이어서 영업실적을 밝히지 않아 매출액, 이윤, 회사가치 등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 거품이 터지기 시작한 지난 3월 오히려 64명의 투자자들로부터 41억여원의 자본을 유치했고 닷컴기업들의 대량 도산이 한참이던 10월에도 무려 2백13억원의 자본을 유치했다.

투자자 내역이 비밀에 부쳐지고 있어 전모를 알 수는 없으나 미국의 대형 철도회사들을 비롯해 재보험계의 세계 1,2위인 뮤니히 리와 스위스 리, 그리고 세계 제1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투자기업들이다.

그만큼 전도양양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샐비지세일의 운영방식은 인터넷 경매와 인터넷 개별 협상 등 두 가지다.

e베이와 같은 일반 온라인 경매회사들과 사실 다를 바 없다.

다만 샐비지세일은 사업자와 사업자간을 이어주는 BtoB 회사다.

원칙적으로 매매 단위가 6백만원 이상 짜리만 취급한다.

거래단위도 한 트럭, 한 팰릿, 한 창고 등이다.

지금껏 실제 거래 결과 건당 평균 거래가액이 6천만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느 샐비지 업체들과 다른 점은 땡처리 대상 물건을 중개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에서의 구전이 거래액의 40~50%가 아닌 10% 또는 12.5%로 크게 낮다.

대신 처리 물량이 많고 거래비용이 낮은 데서 이윤이 발생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현재 벌써 7천5백곳의 고정거래선을 확보하고 있지만 직원은 40명에 불과하다.세계 땡처리 시장이 연간 62조원이 넘음을 감안할 때 샐비지세일(주)의 전도는 밝기만 하다.

전문위원.경영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