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예산 연내처리 그나마 다행인가

여당과 야당이 새해 예산안 규모를 당초 정부안에서 8천억원을 삭감키로 합의함에 따라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아직 세부적인 삭감 및 조정내역에 대해 여야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 계수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체로 예비비와 국채이자 등에서 대폭 삭감하는 대신 농어촌 부채경감 및 사회간접시설확충 등은 증액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그러나 국회 예산심의가 이번에도 수박 겉핥기식 졸속에 그쳤다는 비판은 면치 못할듯 싶다.

우선 국회가 오늘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훨씬 넘긴 것은 물론 회계연도 개시를 불과 6일 앞두고 헌정사상 가장 늦게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좋지못한 신기록을 남기게 됐다는 점은 유감이 아닐수 없다.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 하더라도 연내처리에 만족할 일은 아니다.스스로 헌법을 어기면서 자신들이 제정한 법률을 국민들에게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더구나 여야가 당리당략차원의 힘겨루기 때문에 예산안 심의가 늦어졌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매년 되풀이 되는 주문이지만 입법부 스스로 법을 어기는 일이 없기를 다시 한번 당부하고 싶다.또 여야가 예산안 삭감규모에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다.

새해 예산안은 내년 나라살림살이를 결정하는 것이고,따라서 국회는 국가경제가 처한 현실과 국민들의 생활형편을 감안해 예산을 심의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예산안 심의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정치흥정의 볼모로 삼아 민생을 외면하는 과거의 적폐를 되풀이하는데 그쳤다.짧은 기간에 심의를 마치자니 졸속에 그칠 것은 뻔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예산 심의과정에서 경제현실과는 무관하게 삭감규모 공방이 정치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든가 직접 관련이 없는 정치공세로 시간을 허비하는 등의 구태가 재연됐던 것은 참으로 실망스런 일이다.

특히 내년 우리경제는 내수 침체와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 극심한 불황이 엄습하리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재정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감당해야 할지에 대해 좀더 고심했어야 마땅하고,최소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공공투자사업의 확대와 조세감면 등에 대한 논의가 좀더 깊이있게 이뤄졌어야 옳다고 본다.

이 점은 앞으로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참고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