急錢 '대출대행' 기승 .. 중소금융기관 부실 가중

경제악화로 개인파산이 급증,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한도 이상으로 대출을 알선해주고 높은 수수료를 받는 ''대출 대행업''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재산이나 신용상태 등에 따라 개인이 일정액 이상 대출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부금융사와 상호신용금고 등 신용조사 기능이 취약한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중복대출을 받아주는 방법을 쓰고 있다.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침체로 자금순환이 안되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편법 과다대출이 중소금융기관의 부실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채업자와 파이낸스사들이 담보없이 1인당 수백만원까지 대출을 알선해 준다며 서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재래시장의 상인이나 음식점 주인,소형 점포주 등 요즘 장사가 안돼 자금사정이 나빠진 영세 개인사업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이들은 ''무보증,무담보''를 내세우며 의료보험증 사본만 있으면 한도에 관계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고 권해 대출신청서를 작성한 뒤 할부금융사와 상호신용금고에서 신용대출을 받아주고 있다.

대출금리는 연24% 내외로 신용금고의 소액 신용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출을 알선해 준 대가로 대출신청자로부터 대출액의 5%나 되는 수수료를 받아내고 있다.

개인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받아줄 때는 대출신청자에게 최고 8∼10%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금융기관에서도 일정액의 ''수고비''를 받아낸다.

이들 가운데 M자금상담과 H크레디트 등은 서울은 물론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 대리점망까지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대출이 이루어지고 나면 신청자와 금융기관간의 거래가 되기 때문에 온갖 방법을 동원해 대출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아내면 발을 뺀다.서울 중곡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오모(41)씨는 이달 초 대출알선업체인 D사를 통해 상호신용금고 두 곳에서 각각 1백만원씩 빌리고 할부금융사에서 2백만원을 더 대출받았다.

오씨는 "수수료와 금리가 비쌌지만 단돈 1백만원도 구하기 힘든 판에 가만히 앉아서 4백만원을 빌릴 수 있어 알선회사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한모(52)씨도 최근 4곳의 금융기관에서 8백만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한 할부금융사 관계자는 "자금을 운용하기 어려운 신용금고와 할부금융사 등이 사채업자나 파이낸스사들과 연계해 무리하게 영업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면서 "앞으로 신용불량자가 더 늘어나면 대출금 회수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