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포커스] 김철환 <기가링크 사장>..인터넷 고속道 'T랜' 개발

99년 7월 설립.

첫해 매출액 11억원.올해 예상 매출액 6백억원.

네트워크 장비 업체 기가링크는 불과 일 년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내년엔 1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다는 것이 목표다.지금의 기가링크를 있게 한 주인공은 김철환 사장.

올해 서른다섯살인 김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데이콤 종합연구소, 미디어링크 통신기술연구소, 드림라인 인터넷사업부를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지난해 3월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김 사장은 기가링크의 대표작 "T랜" 개발을 직접 이끌었다.T랜은 밀집 주거 환경을 위한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

아파트 또는 빌딩에서 전화선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장비다.

기가링크가 자체 개발한 기술인 TDSL을 도입한 장비로 1km 범위 안에서 최대 2Mbps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T랜의 경쟁력은 다른 장비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인 가격.

다른 회사의 네트워크 장비는 핵심칩을 외국에서 사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T랜은 기술면에서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만난 외국 바이어들이 T랜의 핵심 기술인 TDSL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T랜은 또 기가링크가 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 앞으로 엄청난 규모의 로열티 수입까지 올릴 수 있다.

김 사장은 내년엔 해외 마케팅에 주력할 생각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성장률이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일본에 조인트 벤처를 세울 계획이다.

최근엔 중국에 1백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 사장은 "일본과 중국은 이제 막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라며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내년 중국에 5백억원, 일본에는 3백억원어치의 장비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특히 중국을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주거환경은 아파트가 많아 T랜의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온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결단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초 T랜의 핵심칩 설계를 끝내고 칩 2만개를 생산키로 결정했다.

아직 시장에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2만개를 생산한다는 것은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로선 모험이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칩에 결합이 발견될 경우 엄청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밀어 붙였다.

칩의 설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국 김 사장의 판단은 맞아 떨어졌다.

기가링크가 T랜을 내놓자 여기저기서 주문이 밀려 들었다.

오히려 물량이 부족해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김 사장은 지난주 중국을 다녀 왔다.

중국 시장 수출을 위해 현지 회사와 협상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협상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오후 다섯시에 시작한 협상은 밤 12시가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중국 회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계속 요구했던 것.

김 사장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원래의 조건을 밀어 부쳤다.

새벽 1시가 되자 상대방은 두 손을 들고 기가링크가 원하는 조건을 받아 들였다.김 사장은 "원천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회사가 결국 우리의 요구를 받아 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계속 사업을 할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양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