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이러브 스쿨

회원가입은 입학하기,로그인은 등교하기,알림은 가정통신문,이벤트는 학교행사, 당일 클릭회원은 등교생으로 표시되는 곳.올해 우리사회에 전례없던 동창찾기 붐을 일으킨 인터넷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이 삼성경제연구소의 2000년 10대 히트상품 1위,야후코리아의 금년도 우수사이트 1등을 모두 차지했다.

''학교 친구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곳.여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따뜻한 만남의 공간이 있습니다''를 내걸고 99년 9월 등장한 이 사이트는 피라미드업계의 공세와 기혼남녀의 탈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27일 현재 회원수 7백40만명을 돌파했다.아이러브스쿨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건 삭막한 정보의 바다로 여겨지던 인터넷을 사람 사이 정이 흐르는 교류의 장으로 꾸민 결과라고 한다.

디지털시대의 변화와 속도에 지치고 외로워진 사람들이 촌스럽지만 따뜻하고 순수하던 아날로그시절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아날로그시절에 대한 향수 바람은 새천년 첫해 국내외에서 모두 거세게 일었다.전세계에서 동시발매된 비틀스 편집앨범은 최단기간동안 최다판매기록을 세웠고,국내에선 기름바른 머리에 반짝이양복을 입고 ''우리리히'' ''좋아좋아''등 추임새를 넣어 부르는 테크노뽕짝 가수 이박사(46)가 신세대에서 중·노년층까지 휘어잡는 이변이 일었다.

영화계에서도 ''동감'' ''시월애''등 야한 장면 하나 없는 아련한 사랑얘기가 쏟아지고 ''불후의 명작''에선 ''내게도 사랑이''라는 옛노래가 흐른다.

일본에선 세이코가 1918년 발매한 손목시계 로렐을 복제하고,도요타가 55년 생산된 크라운의 초기디자인을 재현해 주목을 끌었다.아이러브스쿨이나 복고풍의 인기는 완벽함을 특징으로 한 디지털시대에 대한 반란이자 자꾸 어려워지는 세상살이에 대한 위안의 한 형태로 풀이된다.

테끼(테크놀로지와 끼의 합성어)족이든 네오러다이트족이든 디지털시대의 무게는 견디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부담없고 정겨운 걸 좋아한다는 얘기다.

시대가 달라져도 포근한 인간의 정을 그리는 마음은 변치 않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