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구조조정 성공조건 : (CEO대담) 카를로스 곤 닛산車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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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재계에서는 "곤(Ghosn) 신드롬"이 한창이다.
닛산자동차의 프랑스인 사장 카를로스 곤(46)이 주인공이다. "3년간 5개 공장 폐쇄,2만1천명 감축".
보수적인 일본 기업인들이 엄두를 못냈던 충격적인 내용의 구조조정을 쾌도난마식으로 해치우면서 일본 재계의 "톱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일본 통산성은 "곤식 구조조정 요법"이 기업들에 확산되도록 은근히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곤 사장과 똑같은 안경테,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게 유행이다.
"가망없는 부실덩어리"로 치부됐던 닛산이 그의 진두지휘 아래 기적처럼 되살아나면서 "곤 따라배우기" 열풍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닛산이 최근 발표한 올 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 흑자 추정치 2천5백억엔은 회사 설립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회계연도에 기록한 6천4백억엔이라는 천문학적 적자로부터의 "극적인 탈출"이어서 더욱 주목을 모으고 있다.
닛산으로서는 4년만의 흑자 반전이기도 하다.
곤 사장이 닛산의 경영 조타수로 부임한 것은 지난 99년 3월.60,70대 최고경영자가 즐비한 일본 재계에서는 "애송이"일 수 밖에 없는,그것도 푸른 눈의 "가이진"은 짧은 기간동안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린 것일까. 연말 일정에 바쁜 곤 사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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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이학영 기자 ]
-닛산이 이번 회계연도에 회사 역사상 최고의 경영 성적표를 낼 것이라고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 예상 성적표를 말해 달라.
*카를로스 곤 사장=당초 올 흑자목표액을 6백억엔으로 잡았지만 그 4배 이상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구매 비용을 연말까지 8% 삭감한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만 이 역시도 10% 절감으로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2002년까지 닛산을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메이커로 부활시킨다는 최종 목표를 무난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닛산은 부채 규모만 1조4백억엔이 넘는 거대한 부실기업이었다.
그런 회사의 사장으로 지난 99년 3월 취임하면서 "2년내 흑자 전환을 못하면 나와 모든 임원이 사표를 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도박"에 성공한 셈인데,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곤 사장=회사 외부의 냉소로부터 임직원들을 지키고,"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작업에 주력다.
사실 지난해 10월 "NRP(Nissan Revival Plan:닛산재생계획)"로 불리는 회사 구조조정 3개년 계획을 시행하기 시작한 이후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렇다 할 걸림돌이 없었다.
나는 NRP를 내놓으면서 닛산의 임직원들에게 회사가 처한 현실과,그것을 타개해나갈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토록 했다.
요컨대 회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든 임직원들이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오로지 하나의 방향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전진해 나가도록 했다.
닛산의 임직원들은 지난 9월말,올 회계연도의 전반기 실적이 90년대 이후 최고의 성과를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결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닛산이 뭘 제대로 하겠느냐"는 식으로 냉소를 보내던 외부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첫걸을 내디뎠을 뿐이다.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과 다운사이징에 치우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자칫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잠재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곤 사장=NRP는 단순히 비용절감 만을 겨냥한 다운사이징 시책이 아니다.
회사의 수익력을 보다 향상시키자는 것이 NRP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낭비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고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되,그로부터 얻어지는 자원을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한 신제품 및 기술 개발에 투입하자는 것이 NRP의 요체다.
개혁의 초기에는 과감한 비용절감 조치가 불가피합니다만,여기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는데 집중 투입할 것이다.
한가지 좋은 예가 현재 개발중인 연료전지 기술이다.
닛산은 향후 5년동안 8백50억엔을 투입해 프랑스 르노사와 공동으로 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닛산은 9억3천만달러를 들여 미국 미시시피주의 캔턴시에 대형 픽업트럭 및 스포츠형 레저차(SUV),신세대 미니밴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 일련의 프로젝트는 닛산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지만,과감한 비용 절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는 투자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다.
-동양 풍토에서 무조건 서구식의 "합리주의적 구조조정" 가치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서구식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에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고 보나.
*곤 사장=글로벌화된 이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경영을 효율화하는데 동양식,서양식 요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닛산을 위해 도입한 NRP가 최적의 요법이었음은 이 계획이 완료되는 2002회계연도 말이 되면 웅변으로 입증될 것이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2002년도 이후의 닛산은 세계적인 규모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갖춘 기업,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춘 회사이다.
닛산은 보다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될 것이고,보다 매력있는 자동차를 생산해 낼 것이며,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지닌 기업으로 탈바꿈해 있을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나.
*곤 사장=주중에는 회사 일에 온 몸을 던지다시피 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가능한 한 아내 및 네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평일의 경우도 가족들과 아침 식사를 꼭 함께 한다.
가정을 화목하게 가꾸는데 있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식구들과 함께 보내느냐"가 절대적인 잣대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
닛산자동차의 프랑스인 사장 카를로스 곤(46)이 주인공이다. "3년간 5개 공장 폐쇄,2만1천명 감축".
보수적인 일본 기업인들이 엄두를 못냈던 충격적인 내용의 구조조정을 쾌도난마식으로 해치우면서 일본 재계의 "톱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일본 통산성은 "곤식 구조조정 요법"이 기업들에 확산되도록 은근히 바람을 잡기 시작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곤 사장과 똑같은 안경테,헤어스타일을 따라하는 게 유행이다.
"가망없는 부실덩어리"로 치부됐던 닛산이 그의 진두지휘 아래 기적처럼 되살아나면서 "곤 따라배우기" 열풍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닛산이 최근 발표한 올 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 흑자 추정치 2천5백억엔은 회사 설립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회계연도에 기록한 6천4백억엔이라는 천문학적 적자로부터의 "극적인 탈출"이어서 더욱 주목을 모으고 있다.
닛산으로서는 4년만의 흑자 반전이기도 하다.
곤 사장이 닛산의 경영 조타수로 부임한 것은 지난 99년 3월.60,70대 최고경영자가 즐비한 일본 재계에서는 "애송이"일 수 밖에 없는,그것도 푸른 눈의 "가이진"은 짧은 기간동안 도대체 무슨 "요술"을 부린 것일까. 연말 일정에 바쁜 곤 사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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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이학영 기자 ]
-닛산이 이번 회계연도에 회사 역사상 최고의 경영 성적표를 낼 것이라고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 예상 성적표를 말해 달라.
*카를로스 곤 사장=당초 올 흑자목표액을 6백억엔으로 잡았지만 그 4배 이상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구매 비용을 연말까지 8% 삭감한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만 이 역시도 10% 절감으로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2002년까지 닛산을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메이커로 부활시킨다는 최종 목표를 무난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닛산은 부채 규모만 1조4백억엔이 넘는 거대한 부실기업이었다.
그런 회사의 사장으로 지난 99년 3월 취임하면서 "2년내 흑자 전환을 못하면 나와 모든 임원이 사표를 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도박"에 성공한 셈인데,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곤 사장=회사 외부의 냉소로부터 임직원들을 지키고,"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작업에 주력다.
사실 지난해 10월 "NRP(Nissan Revival Plan:닛산재생계획)"로 불리는 회사 구조조정 3개년 계획을 시행하기 시작한 이후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렇다 할 걸림돌이 없었다.
나는 NRP를 내놓으면서 닛산의 임직원들에게 회사가 처한 현실과,그것을 타개해나갈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토록 했다.
요컨대 회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든 임직원들이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오로지 하나의 방향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전진해 나가도록 했다.
닛산의 임직원들은 지난 9월말,올 회계연도의 전반기 실적이 90년대 이후 최고의 성과를 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결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닛산이 뭘 제대로 하겠느냐"는 식으로 냉소를 보내던 외부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첫걸을 내디뎠을 뿐이다.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과 다운사이징에 치우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자칫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한 잠재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곤 사장=NRP는 단순히 비용절감 만을 겨냥한 다운사이징 시책이 아니다.
회사의 수익력을 보다 향상시키자는 것이 NRP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낭비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고 비핵심 자산을 처분하되,그로부터 얻어지는 자원을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한 신제품 및 기술 개발에 투입하자는 것이 NRP의 요체다.
개혁의 초기에는 과감한 비용절감 조치가 불가피합니다만,여기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는데 집중 투입할 것이다.
한가지 좋은 예가 현재 개발중인 연료전지 기술이다.
닛산은 향후 5년동안 8백50억엔을 투입해 프랑스 르노사와 공동으로 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닛산은 9억3천만달러를 들여 미국 미시시피주의 캔턴시에 대형 픽업트럭 및 스포츠형 레저차(SUV),신세대 미니밴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 일련의 프로젝트는 닛산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지만,과감한 비용 절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는 투자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다.
-동양 풍토에서 무조건 서구식의 "합리주의적 구조조정" 가치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서구식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들에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고 보나.
*곤 사장=글로벌화된 이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경영을 효율화하는데 동양식,서양식 요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닛산을 위해 도입한 NRP가 최적의 요법이었음은 이 계획이 완료되는 2002회계연도 말이 되면 웅변으로 입증될 것이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2002년도 이후의 닛산은 세계적인 규모의 경쟁력과 건전성을 갖춘 기업,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춘 회사이다.
닛산은 보다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될 것이고,보다 매력있는 자동차를 생산해 낼 것이며,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지닌 기업으로 탈바꿈해 있을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나.
*곤 사장=주중에는 회사 일에 온 몸을 던지다시피 하고 있지만 주말에는 가능한 한 아내 및 네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평일의 경우도 가족들과 아침 식사를 꼭 함께 한다.
가정을 화목하게 가꾸는데 있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식구들과 함께 보내느냐"가 절대적인 잣대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