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예리한 기획.깊이있는 분석 기대 .. 김근배 <대표>

김근배

뉴밀레니엄 첫해인 2000년 우리 나라 경제는 부푼 꿈에서 출발했지만 4.13총선을 분기점으로 추락을 거듭해 "IMF 3년차 증후군"이라는 우울한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는 연초대비 52.4% 하락해 반토막이 났고,거래소시장에서만 1백69조원이 날아갔다.

이같은 하락률은 지난 80년 지수산출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기존의 최고 하락률인 97년(IMF 구제금융 신청)의 42.4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코스닥시장도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허공으로 사라진 자금이 6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물경기는 지난해 1분기 12.7%로 정점을 보인 뒤 2,3분기를 지나며 급격히 둔화되고 있고,올해에는 5% 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외환위기 이후 성장을 견인해온 소비와 투자는 급격히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에는 금융 구조조정 현대건설의 위기 고용불안정 심화와 노사갈등 재연 공적자금 조성 논란 정현준,진승현 등 금융비리 커넥션 대우차 등 부실기업 처리의 혼미 공공부문 구조조정 미흡 유가급등 등 평상시 몇년 동안에 걸쳐 진행될 사안들이 1년 동안에 쏟아졌다.

한국경제신문은 평상시나 급박한 시기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안들을 순발력있게 소화해 냈다.

특히 한경의 최대 장점인 "심도있는 기획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연초 "2000 밀레다임""21세기 변화와 성공의 조건"등은 한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획물들이다.

신년 기획물들은 적정한 주제로 다양한 포맷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21세기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총선전에는 "경제정책 총선의식 갈팡질팡"이라는 기사를 통해 총선과 무관치 않은 선심성 정책을 질타했다.

만약 정부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개혁을 일관되게 밀어 붙였더라면 지난해 말과 같은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지난 4월14일자 1면에서 민간 및 국책 연구기관 1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금융 2차개혁 가장 시급"이라는 기사를 내보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더라면 연말에 가시적인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밖에도 5월의 "위기증후군"관련 심층보도나 9월의 주가폭락파동,10월 "정현준 게이트"등 잇따른 특종기사는 한경의 취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기사들이다.

지난해와 달리 2001년은 우울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4.2%에 그치고,설비투자는 마이너스 5.9%에 이를 것이지만,구조조정이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되지 못한다면 4% 안팎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의 49.5%가 "올해 경제위기 재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답했다.

"이미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지적도 10.1%나 됐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지난해 42조원보다 23조원이나 많은 65조4천억원이나 된다.

특히 연말에 만기도래분이 몰려 있어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 말과 같은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차환발행이 어려운 25조원 가량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위기를 잠시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민의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개각을 통해 신뢰성을 회복하고 또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한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정치불안의 해소가 경제 안정에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KDI가 전망한 것처럼 실업자가 일시적으로 20만명 이상 증가하고 또 극심한 계층간 갈등으로 인한 사회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심도있는 기획력을 발휘하고,때로는 예리한 분석력을 발휘해서 우리 사회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도록 사전 경고음을 내야 한다. 특히 우리 경제의 위기를 치유하는 해법으로 "IMF식 처방"이 과연 올바른지 전문가를 통해 재점검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kbkim@mondex 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