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예감] 'New leader' .. 우리가 있어 '문화의 해'가 뜬다

올 한해 국내 문화계를 이끌고 나갈 젊은 리더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왕성한 의욕과 신선한 시각으로 무장한 뉴리더들이 올 한해는 물론 21세기 한국문화를 살찌울 것으로 보인다. 활약이 기대되는 젊은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영화 =지난해 가장 빛을 발한 신예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한 류승완 감독(28)이었다.

6천5백만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만든 "죽거나..."는 빼어난 완성도와 재미로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2월 인터넷에서 선보인 복고풍 액션 디지털영화 "다찌마와 Lee"도 인터넷 영화로는 기록적인 조회수를 올리며 인기몰이를 했다.

또 "공동경비구역 JSA"로 일약 대박영화 메이커로 발돋움한 박찬욱 감독,"동감"의 김정권 감독,"플란다스의 개"의 봉준호 감독등도 한국영화를 이끌 새얼굴로 물망에 오른다.

제작자중에는 "공동경비구역 JSA"로 위상을 높힌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38)가 단연 꼽힌다. "JSA"는 지난해 상반기 다소 주춤했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1995년 명필름을 설립한후 "접속""조용한 가족""해피엔드"등 히트작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명필름 불패신화"를 만들어냈다.

심대표는 "앞으로는 전문 프로듀서들을 영입해 동시에 여러편을 제작하는 동시제작 시스템을 활용하겠다"고 밝힌다. 오는 5월께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러더스"를 개봉하고 상반기중 "패스워드"(감독 임순례)의 촬영에 들어간다.

배우중에선 유지태(26)가 두드러진다.

일찌감치 한석규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지목됐던 유지태는 성의있는 태도와 영화에 대한 열의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설경구,이정재,이성재등도 기대를 모은다.


음악 =우리나라 음악계를 이끌 차세대 주자를 둘로 압축하라면 작곡가 원일(33)과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38)을 들 수 있다.

원일은 국악을 바탕으로 한국음악의 새로운 원형을 발굴하는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소영은 오페라 대중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는 때에 혜성처럼 나타난 기대주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원일의 작곡영역은 타악을 중심으로 한 국악에서부터 대중음악 영화 연극 뮤지컬 무용음악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동서양의 음감과 리듬을 절묘하게 결합시키고 깊은 내면의 울림을 신비로운 화성속에 담아내는 그만의 매력 덕택이다.

원일의 음악세계는 첫 음반인 "아수라"(1997년)에 잘 표현돼 있다.

전자기타 신디사이저는 물론 꽹과리 해금 더블베이스에 이르는 다양한 악기를 동원해 음악적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했다.

그는 또 영화 "꽃잎" "이재수의 난"의 음악을 맡고 그룹 "패닉"과 "황신혜밴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대중적인 감각도 키워냈다.

최근에는 창작발레 "신시21"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소영은 1998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라 보엠"을 연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최다 유료관객을 동원해 화제를 뿌렸다.

이후 "마농 레스코" "토스카"등 그가 연출한 작품은 매번 호평을 받았다.

핵심적 요소를 강조하고 부차적인 것은 과감히 추상화시키는 "선택적 사실주의"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짙은 농도로 표현해내는 연출력 등이 그의 장기다.

지난해 가을 일본 NHK TV가 문화특집다큐로 방영한 "아시아의 신예 오페라 연출가"에 선정됐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문학 =문학평론가 이광호(38)씨는 문학과 지성사의 3세대 편집 동인이다.

고 김현,김치수 등이 문지의 1세대이고 정과리,이인성씨가 2세대였다면 지난해 6월 문지를 "접수"한 이광호,우찬제씨 등은 "3세대"다.

이씨 등은 "문학과 사회"혁신호를 통해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하위문화및 주변 문화에 대한 문학적 수용이 그 예다.

이씨는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문학비평전문사이트 "비평공간(www.critics21.com)"도 만들었다.

비평가들이 만든 최초의 인터넷 비평사이트로 진지한 성찰과 경쾌한 사유를 동시에 지향한다.

20세기 한국문학,우리시대 비평가들,테마비평,행복한 시읽기,리뷰 혹은 단상,현장 문화 비평 등이 묵직한 평론들로 채워져있다.

소위 인터넷 문학 동호회들이 자작시 촌평 수준의 토론방을 운영하는데 반해 이씨가 만든 사이트는 상당히 전문적이다.

국내외 여러 비평가의 글이 연재돼 인터넷 잡지 형태를 띠고 있다.

이씨는 고려대 국어교육과및 국문과 박사과정을 마친뒤 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다.

"세계의 문학""포에티카"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평론집으로 "위반의 시학""소설은 탈주를 꿈꾼다"등이 있다.


미술 =김창영(44)과 김찬일(41)은 올해 미술계에서 주목을 끄는 젊은 작가들이다.

김창영은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반면 김찬일은 뉴욕에서 공부한 후 귀국해 국내에서 활발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영은 99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열린 "사자비엔날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그의 모래그림은 일종의 "눈속임 기법"(trompe l`oel)이다.

캔버스 위에 특수 접착제를 이용,얇은 모래층을 입히거나 두꺼운 모래패널을 만들어 그위에 붓으로 한점 한점 작은 점을 찍어 음각의 효과를 남긴다.

이미지는 시각적이기보다 촉각적이다.

바탕화면은 실제의 모래로 뒤덮여있다.

이러한 실상과 허구의 교차를 통해 리얼리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게 그의 작품세계다.

그는 올 1월 마이애미 아트페어 참가를 시작으로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퀼른 등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오는 11월께 서울 강남 박영덕화랑에서 2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홍대 미대와 대학원을 거쳐 뉴욕주립대학원에서 회화와 판화를 전공한 김찬일은 회화에 판화기법을 이용하는 작가다.

캔버스에 붓을 사용하지 않고 판화기법을 사용,펀치로 구멍을 뚫는 방법으로 금속성의 오브제를 연상시킨다.

구멍들은 점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자 특유의 부조가 없다.

빈 구멍들만 수직 또는 수평으로 나열돼 있을 뿐이다.

작가는 이러한 구멍들이 성서의 한 구절이라고 밝힌다.

구멍은 조형적 또는 시각적 언어를 의미하는데 그 언어는 작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세계인 듯 하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1987~89년)을 비롯해 96년에는 모란미술상과 공산미술제 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96년부터 매년 1~2회 개인전을 가진만큼 올해에도 많은 활약이 기대된다.


연극.무용=대학로 연극계에 요즘 "386세대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신성이 있다.

박근형(37).

99년에 젊은 예술가상,동아연극상 등 9개상을 독식하면서 더욱 화제를 뿌린 작가이자 연출가다.

박씨의 연극은 주로 하류층이나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청춘예찬"이 그랬고 올해 작품인 "이자의 세월"도 그랬다.

그의 연극을 빛나게 하는 것은 이면에 배어있는 따뜻한 인간적 시선이다.

또 뛰어난 상상력과 그것을 무대화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는 현대무용 안무가 홍승엽씨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홍씨가 이끄는 무용단 "댄스 씨어터 온"은 프랑스 리용 댄스비엔날레에 초대돼 절찬을 받았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새로운 현대무용 스타일"이라며 극찬을 했다.

한국무용이 프랑스 언론에 소개되기는 1930년대 최승희 이후 처음이다.

홍씨는 공대 2학년때 무용을 시작해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을 "닥치는 대로"배운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홍씨는 독특한 춤으로 자신들만의 관객을 확보,중견 안무가로 자리를 잡았다.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을 상징적인 춤언어로 형상화,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