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 (1) 손길승 <SK 회장> .. 파트너십 강화

기업들은 최악의 내수불황과 경제의 발목을 정치불안,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의 불안증폭 등으로 우울한 새해를 맞고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인력감축등 구조조정을 하면서 동시에 새 수익원을 창출해야하는 이중과제를 안고있다.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찾아 새해 구상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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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기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면서 언제든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직을 탄력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온·오프라인의 조화,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조화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린동 SK빌딩 34층 손 회장 집무실에서 SK그룹의 현안과 새해 구상을 들어보았다.-지난해말 IMT-2000 비동기식 사업권을 따내 회사의 장기발전 기반을 마련한 것 같습니다.

유공(현 SK) SK텔레콤에 이어 다시 큰 사업권을 따냈는데 사업 획득에 어떤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일치단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IMT-2000만 하더라도 SK가 비동기식을 하는게 국가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임직원들이 공동 인식하고 일관되게 주장했습니다.

한때 회사내에 일부 이견이 있기도 했으나 SKMS(SK메니지먼트시스템)와 수펙스추구정신을 강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지요.

사업권자 발표전 정통부 장관과도 두번 얘기할 기회를 가졌는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설득했습니다"

-SKMS와 수펙스추구정신이란 어떤 것입니까.

"SK라는 기업문화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경영시스템입니다"

-모든 SK인들이 이 정신에 따라 일한다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임직원 모두 SKMS와 수펙스추구정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사장들도 이러한 조건을 구비해야 합니다.

지난해말 승진한 오너 가문의 최재원 최창원 부사장도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새해에 어떤 경영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까.

"새해 경제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위기가 재연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별회사나 자산을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유연한 조직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문제가 되면 어떤 부문도 떼내 팔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 공장 운영 노하우를 자산화시키는 등 각종 무형자산을 꾸준히 개발할 계획입니다.

긴축경영을 하고 고정투자는 가급적 줄일 생각입니다"

-온라인 사업은 어떻게 펼쳐 나갈 계획입니까.

"온라인사업은 오프라인사업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은 자동차사업에 보험 물류 서비스 등의 온라인사업을 접목시켜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지난해말 승진한 젊은 사장들은 온라인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부회장 이상 임원들은 기존 영업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온-오프라인 사업을 역할 분담해 조화를 이뤄나갈 것입니다"

-구조조정 계획은 없는지요.

"석유화학분야가 공급과잉입니다.

현재 업체들간에 일부 제품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석유화학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시장 진출 준비를 많이 해왔는데 성과가 있을까요.

"일본의 NTT도코모,중국의 차이나 모바일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왔습니다.

IMT-2000사업권 획득을 계기로 조만간 결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룹의 지배구도는 어떻게 가져갈 계획입니까.

"장기적으로 SK(주)를 사업지주회사로 만들 것입니다.

다른 계열사들은 독립회사지만 사실상 SK(주)의 사업부처럼 운영되지요"

-대주주인 최태원 SK(주)회장 가문의 경영인들은 일을 잘 합니까.

"모두 일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과묵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으며 합리적입니다.

지난해말 승진한 텔레콤의 최재원 부사장은 활동력이 매우 강하고 샤프합니다.

글로벌의 최창원 부사장은 친화력이 매우 좋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하지요"

-최 회장이 단점도 있을텐데요.

"(웃으며)특별히 지적할 것은 없지만 굳이 든다면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고맙다는 말을 좀 안하는 편이고 부드러운 면이 부족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요"

-SK그룹은 오너와 전문경영인간의 조화가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이를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시는지요.

"기본적으로 강력한 오너십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SK 고유의 기업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오너십을 바탕으로 전문경영인을 일선에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앞으로 오너십과 전문경영인간의 파트너십이 뿌리를 내리도록 시스템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