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01 '수출로 뛴다'] (4) '한국선재'..'신용의 힘'

한국선재 이명호(68)사장은 서울보다 오사카 도쿄 등 일본의 주요 도시가 더 편하다.

"일본에 가면 친구들이 길거리에 널려 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그는 오사카의 버스 및 지하철 노선은 물론 웬만한 골목길까지 머리 속에 외우고 있다.

지난 25년동안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해 오사카를 중심으로 일본 곳곳을 내집 드나들 듯이 방문한 덕분이다.

어느 덧 고희(古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이지만 지금도 1년중 4개월가량은 일본에서 보낼 정도로 젊은이 못지 않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이 사장은 경조사 등 국내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화요일 저녁 여권과 세면도구가 담긴 가방을 챙긴다.

일본 출장에 나서기 위해서다.

수요일 오전 첫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일본내 거래처를 찾아 나선다.금요일 저녁까지 강행군은 이어진다.

이 사장의 숙소는 25년 단골인,오사카에 있는 중급 모텔.

출장 복장도 양복이 아닌 작업복이다.하루하루 일과를 마친 그는 피로를 풀기 위해 숙소 부근에 있는 대중 목욕탕을 즐겨 간다.

오랫동안 같은 목욕탕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 곳에서 만나 인연을 쌓은 사람들만 20명이 넘는다고 이 사장은 털어놓는다.

한국선재의 일본 바이어들은 모두 50여명에 달한다.

20년 이상 거래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이 사장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지난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이 사장을 도와준 사람들도 바로 일본현지 바이어들이다.

재고 부담을 안아야 함에도 불구,한국선재의 제품을 평소보다 더 많이 주문하고 대금결제도 빨리 해줬다.

그 덕분에 이 사장은 일시적인 자금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일본 바이어들의 이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오랜 거래를 통한 상호신뢰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선재의 제품 질이 뛰어나고 신용을 잘 지켜왔기 때문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신용을 바탕으로 한 일본인과의 끈끈한 관계는 현지시장 점유율에서 금방 나타난다.

일본이 한국 등 20여개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아연도금 철선물량은 연간 2만t.

이 중 한국선재가 차지하는 물량은 전체의 65%선인 1만3천t에 이른다.

가격도 경쟁사들보다 20∼30% 높다고 이 사장은 말한다.

연간 8백억원대에 이르는 한국선재의 연간 매출중 60% 정도인 4백80억원이 일본에서 들어온다.

"도요타자동차는 에어백용 철선으로 한국선재 제품을 고집하고 있다"며 이 사장은 "철선을 직경 0.1㎜로 뽑아 아연으로 도금처리하는 기술은 한국선재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선재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외국에선 특수도금된 철선을 광케이블 기계부품 등에 사용되는 특수소재로 취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사장은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시장을 파고 들면 진입장벽이 두텁다는 일본시장도 무난히 장악할 수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051)202-1991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