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서] '돈벌이' 급급한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은 악극 전문공연장?''

세종문화회관의 1,2월 공연일정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런 의문이 생겨난다.준비기간을 합쳐 거의 한달간(1월15일~2월11일)을 악극 ''애수의 소야곡''과 ''여로''가 대극장 무대를 점령하고 있다.

기간도 기간이지만 악극이 잇따라 국내의 대표적 공연장을 독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원하는 시민들은 세종문화회관의 이번 공연계획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악극은 노인층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의미있는 장르다.

하지만 공연예술로서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런 악극이 장기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다는 것을 시민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세종문화회관측도 나름대로 사정이 없는 건 아니다.

1999년 독립법인이 된 이후 서울시로부터 배정받는 예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홀로서기를 해야 할 형편이다.

실제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감축된 2백30억원의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따라서 세종문화회관도 살아남기 위해선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는 악극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상징인 이곳이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해 하는 것은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외면하는 처사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세종문화회관측은 "문화회관도 다양한 취향을 가진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공연장이 돼야 하며 특히 1,2월은 설날이 끼여있어 악극을 한달간 해도 무리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는 세종문화회관을 자주 찾는 시민들에게 한달 동안 악극만 보라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이왕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면 살림이 다소 힘들더라도 클래식음악이나 무용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까지 골고루 아울러야 하지 않을까.

수입은 그다음 문제다.그렇치 않고 수입에만 집착한다면 문화회관이란 간판은 내려야 할 것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