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황금욕과 권력욕 .. 김병주 <서강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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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사람이 재산을 몽땅 금화로 바꾼 다음 주머니에 넣어 소중히 간직한 채 뱃길 여행에 올랐다.
뭍을 떠난 지 얼마쯤 됐을까. 때마침 거친 풍랑이 밀어닥쳐 난파 지경에 이르렀다.승객들이 앞다퉈 물로 뛰어들어 뭍으로 헤엄쳤다.
문제의 여행객은 금화주머니를 잃을세라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뛰어들었다.
덤벙하는 순간 무게 때문에 곧장 물밑으로 가라앉았다.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상가 존 러스킨(1819∼1900)은 이렇게 질문한다.
"침몰할 때,사람이 금을 가졌나.금이 사람을 가졌나"라고.
황금이 인간욕망의 상징적 대상으로 등장한 역사는 길다.황금쟁취 과욕이나 황금과신 때문에 패망한 왕조들의 기록이 허다하다.
금을 얻기 위해 인간은 냇가에서 사금을 캐고 지하 수백?의 위험을 무릅썼다.
이제까지 채굴된 금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어떤 추산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금붙이를 녹여 뭉친다면 합친 무게가 대략 12만5천?쯤 될 것이라니까 요즘의 대형유조선 한척에 적재할만 하다고 한다.
이 한정된 양을 나라별로,사람마다 더 많이 차지하려고 다툼이 벌어진다.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 선언으로 금의 화폐용도가 사실상 소멸됐지만 황금의 매력은 여전히 뭇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번쩍이는 황금빛에 투기자들의 눈이 멀게 되는 사례가 영화''매케나의 황금''처럼 가공의 얘기만이 아니다.
바로 얼마전 공교롭게도 두 대표적 부실기업이 거액의 황금을 곧 손에 넣을 듯하다는 보도가 있자,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먼저 동아건설이 1905년 다량의 금을 싣고 동해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의 잔해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자 주가가 2주 이상 상한가를 쳤다.
다음 현대종합상사 얘기는 더 황홀했다.
서부 아프리카의 나라,말리에서 30만?으로 추정되는 금광을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자 회사주가가 급상승했다.
30만?이라면 역사이래 채취한 금의 총량보다 2.4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니까 정말 통 큰 얘기였다.
다급한 지경에 몰리면 머리회전을 빠르게 하는 성향이 있다.
궁즉통(窮卽通)이란 말이 바른 길을 벗어나란 뜻은 아닐 터인데.
사람은 황금 못지 않게 권력에도 쉽게 눈이 먼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상 부와 권력의 유착관계가 깊다.
황금으로 권력을 추구해 권좌에 오르고,권좌는 부를 축적하는 강력한 자성을 띤 지남철이었다.
부가 가져다 주는 권력의 아늑한 평온감에 젖어드는 가운데 안으로는 부정ㆍ부패가 창궐하고,밖으로는 국방이 허술해져 권좌를 잃게 됐다.
역사는 반복이라던가.
광복이후 한국의 역사는 지겹게도 되풀이되는 황금과 권력의 유착관계 이야기다.
여야간에 주고 받는 공방 모두 식상한 얘기다.
집권층이 달라질 때마다 공격자와 수비자의 진용에 변동이 있을 뿐이다.
근래의 큰 변화라면 북한이 부쩍 남한의 부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질서속에서 욕망을 절제하고 그 충족을 위해 노력하는 경제주체들이 모여 건전한 국민경제발전을 이룬다.
허황된 황금욕구에 취하면 개별경제,국민경제를 망친다.
역시 법질서 속에서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건전한 민주정치가 성립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권력추구나 집권유지는 민주주의 파괴의 공범이다.
민주주의 정치질서 유지는 어느 누구의 집권야욕보다 우선되는 가치다.
러스킨은 다시 말한다. "정부의 첫번째 책무는 국민의 의식주를 챙기는 일이고 두번째 책무는 국민이 도덕적·지적교육의 수단을 갖도록 하는 일이다" "위대한 국가는 세가지 형태로 자서전을 쓴다.
행동,말 및 예술의 저서가 그것이다"
국회의원 꿔주고 받기,국고자금 선거유용 등 요즘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국민생활에 이바지하는 것인가.
국민의 도덕교육에 무엇을 기여하고 있는가,정치지도자들의 언행이 위대한 국가에 부합되는가.군사통치를 청산했다해도 여전한 권위주의 정치인,민주화가 됐다해도 민생을 외면하고 민심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은 금보따리를 아끼다 생명을 잃은 여행객꼴이 될 것이다.문제는 정치인 개인의 생명이 아니라 일반국민의 생존이다.
pjkim@ccs.sogang.ac.kr
뭍을 떠난 지 얼마쯤 됐을까. 때마침 거친 풍랑이 밀어닥쳐 난파 지경에 이르렀다.승객들이 앞다퉈 물로 뛰어들어 뭍으로 헤엄쳤다.
문제의 여행객은 금화주머니를 잃을세라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뛰어들었다.
덤벙하는 순간 무게 때문에 곧장 물밑으로 가라앉았다.영국 빅토리아 시대 사상가 존 러스킨(1819∼1900)은 이렇게 질문한다.
"침몰할 때,사람이 금을 가졌나.금이 사람을 가졌나"라고.
황금이 인간욕망의 상징적 대상으로 등장한 역사는 길다.황금쟁취 과욕이나 황금과신 때문에 패망한 왕조들의 기록이 허다하다.
금을 얻기 위해 인간은 냇가에서 사금을 캐고 지하 수백?의 위험을 무릅썼다.
이제까지 채굴된 금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어떤 추산에 따르면 지구상의 모든 금붙이를 녹여 뭉친다면 합친 무게가 대략 12만5천?쯤 될 것이라니까 요즘의 대형유조선 한척에 적재할만 하다고 한다.
이 한정된 양을 나라별로,사람마다 더 많이 차지하려고 다툼이 벌어진다.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 선언으로 금의 화폐용도가 사실상 소멸됐지만 황금의 매력은 여전히 뭇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번쩍이는 황금빛에 투기자들의 눈이 멀게 되는 사례가 영화''매케나의 황금''처럼 가공의 얘기만이 아니다.
바로 얼마전 공교롭게도 두 대표적 부실기업이 거액의 황금을 곧 손에 넣을 듯하다는 보도가 있자,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먼저 동아건설이 1905년 다량의 금을 싣고 동해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의 잔해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자 주가가 2주 이상 상한가를 쳤다.
다음 현대종합상사 얘기는 더 황홀했다.
서부 아프리카의 나라,말리에서 30만?으로 추정되는 금광을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자 회사주가가 급상승했다.
30만?이라면 역사이래 채취한 금의 총량보다 2.4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니까 정말 통 큰 얘기였다.
다급한 지경에 몰리면 머리회전을 빠르게 하는 성향이 있다.
궁즉통(窮卽通)이란 말이 바른 길을 벗어나란 뜻은 아닐 터인데.
사람은 황금 못지 않게 권력에도 쉽게 눈이 먼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상 부와 권력의 유착관계가 깊다.
황금으로 권력을 추구해 권좌에 오르고,권좌는 부를 축적하는 강력한 자성을 띤 지남철이었다.
부가 가져다 주는 권력의 아늑한 평온감에 젖어드는 가운데 안으로는 부정ㆍ부패가 창궐하고,밖으로는 국방이 허술해져 권좌를 잃게 됐다.
역사는 반복이라던가.
광복이후 한국의 역사는 지겹게도 되풀이되는 황금과 권력의 유착관계 이야기다.
여야간에 주고 받는 공방 모두 식상한 얘기다.
집권층이 달라질 때마다 공격자와 수비자의 진용에 변동이 있을 뿐이다.
근래의 큰 변화라면 북한이 부쩍 남한의 부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질서속에서 욕망을 절제하고 그 충족을 위해 노력하는 경제주체들이 모여 건전한 국민경제발전을 이룬다.
허황된 황금욕구에 취하면 개별경제,국민경제를 망친다.
역시 법질서 속에서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건전한 민주정치가 성립한다.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권력추구나 집권유지는 민주주의 파괴의 공범이다.
민주주의 정치질서 유지는 어느 누구의 집권야욕보다 우선되는 가치다.
러스킨은 다시 말한다. "정부의 첫번째 책무는 국민의 의식주를 챙기는 일이고 두번째 책무는 국민이 도덕적·지적교육의 수단을 갖도록 하는 일이다" "위대한 국가는 세가지 형태로 자서전을 쓴다.
행동,말 및 예술의 저서가 그것이다"
국회의원 꿔주고 받기,국고자금 선거유용 등 요즘 여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국민생활에 이바지하는 것인가.
국민의 도덕교육에 무엇을 기여하고 있는가,정치지도자들의 언행이 위대한 국가에 부합되는가.군사통치를 청산했다해도 여전한 권위주의 정치인,민주화가 됐다해도 민생을 외면하고 민심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은 금보따리를 아끼다 생명을 잃은 여행객꼴이 될 것이다.문제는 정치인 개인의 생명이 아니라 일반국민의 생존이다.
pjkim@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