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지위' 부여 견해差 .. 생명윤리자문위원회 4차 회의

''배아는 인간인가''

지난 9일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부의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제4차 회의에선 ''배아의 지위''를 둘러싸고 각계 전문가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배아의 지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배아연구의 허용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배아연구에 반대하는 시민,종교단체 관계자들은 대체로 배아가 ''완전한 인간''이라고 보는 반면 과학자,의사들은 ''잠재적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쟁점은 앞으로 과학뿐 아니라 일반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예컨대 배아의 지위는 냉동배아만을 남긴채 부모가 죽었을 경우 그 배아가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인간배아는 ''완전한 인간''=인간배아는 창출 순간부터 완전한 인간의 지위를 갖는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배아 연구에 반대한다.2천여명의 의사들로 구성된 한국누가회의 생명윤리위원장 박상은 박사(성남중앙병원 내과과장)는 "수정란은 이미 정자·난자로부터 23개씩,46개의 인간염색체를 물려받은 유일한 존재이자 완성된 유전정보를 지닌 완전한 개체"라며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병상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 사무국장도 "수정되는 순간부터 완전한 인간으로 봐야 한다"며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하자는 주장은 환자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상임총무는 "누구도 인간생명에 손댈 수 없다는 게 기독교의 입장"이라며 배아가 창출되는 순간부터 완전한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인간배아는 ''잠재적 인간''=인간배아는 잠재적 인간으로서 특수한 지위를 지니며 성장하면서 점차 완전한 인간의 지위를 얻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 선 사람들은 제한된 조건에서의 인간배아 연구에 찬성한다.

김지영 경희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인간배아를 잠재적 인간으로 보는 입장이 무난하다"며 "신체기관 형성이 이뤄지기 시작하는 수정 후 14일 이전의 배아에 한해서는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현행 법률 하에서도 일정한 조건하에서 낙태를 인정한다"며 "환자 등의 이익을 고려하는 비교형량을 통해서 인간배아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제호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그러한 입장에 찬성하는 편이나 "먼저 배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인간배아 ]

정자와 난자가 결합,수정된 상태부터 모체의 자궁에 착상하기 전까지의 세포 또는 세포군.착상된 뒤에는 태아라고 부른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