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여성의 '게임보이' 붐

미국 코네티컷주 웨슬리안대학 캐롤 우드(56) 수학교수는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소형 비디오게임기인 ''게임보이''를 두개 샀다.

하나는 딸 에밀리 코벤(26)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것.추수감사절 때 손녀의 것을 빌려서 해본 뒤 재미를 붙인 까닭이다.모녀는 얼마전 카리브해로 겨울휴가를 가면서도 게임보이를 챙겼다.

미국에선 이들 모녀말고도 게임보이를 하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항대합실과 지하철은 물론 백화점 계산대까지 장소불문이다.게임보이가 이제 여성들의 핸드백용품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는 조사까지 나올 정도다.

게임산업을 분석하는 알레산더&어소시에이트사의 연구결과를 보면 닌텐도에서 만들어내는 게임보이를 사용하는 인구중 여성 비율은 지난해 10.1%로 조사됐다.

전년(7.9%)보다 2.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열명 중 한명은 여성인 셈이다.연령도 높아져 여성 게임보이 마니아 중 24세 이상이 99년 30.2%에서 지난해에는 34.8%로 늘어났다.

이같은 경향은 게임보이 판매증가로 바로 연결된다.

지난 89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게임보이의 총 판매량은 지금까지 1억1천만개.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최근들어 판매량이 더욱 늘고 있다.99년 판매량이 7백40만개로 98년(3백20만개)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11월 소니가 야심찬 신제품인 ''플레이스테이션2''를 들고 나왔을 때도 그달 판매량에서 게임보이(74만대)가 플레이스테이션2(25만대)를 3배 가량 앞섰다.

닌텐도 미국법인의 페릴 캐플란 부사장은 "다른 비디오게임기들보다 폭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바로 그 이유때문에 엄마들도 좋아해서 자녀들의 구입을 허용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 여성들이 게임보이에 빠지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게임을 할때는 모든 잡념이 사라져 스트레스가 많은 현실세계를 벗어날수 있다"(우드 교수)는 게 최대 이유로 추정될 뿐이다.미국 여성들도 지금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은 모양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