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로요 대통령

마거릿 대처(76)는 1970년 교육및 과학부장관에 임명되자 학교의 무료 우유급식 중단을 발표했다.

우유값으로 교사월급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이었다.야당의원들은 ''우유도둑 '' ''암캐같은 대처를 내몰자''고 난리를 쳤고 언론 또한 ''지독한 여자''라며 기를 꺾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79년 5월 수상이 된 대처는 ''영국을 의존적 사회에서 자립적 사회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뒤 대대적인 영국병 치료에 들어갔다.

80년 ''U턴은 없다''고 공언한데 이어 80∼84년 네차례 노동법을 개정하고 공기업과 공공주택 매각등 각종 개혁을 추진,노사분규와 과다한 사회복지때문에 쓰러져가던 영국을 살려냈다.필리핀의 새 여성대통령 글로리아 아로요(53)도 조국을 부패와 빈곤으로부터 구할수 있을까.

아로요 대통령의 이력은 만만치 않다.

필리핀의 9대 대통령을 지낸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딸이자 경제학박사로 상공부차관을 거쳤고 95년 필리핀 역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로 상원의원에 재선됐다.경제부통령이란 별칭을 얻을 만큼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많다.

정치 혼란으로 실추된 국제신인도 회복과 이슬람 분리주의자와의 협상등 숙제가 산더미같기 때문이다.특히 30∼40%의 빈곤층을 줄이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실제 아버지 후광을 업은 기득권층으로 기층민의 지지가 약해 혼란극복이 어려우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사를 통해 ''근면을 우선시하는 노동관및 방관보다 참여를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이는 국민들의 전폭적 신뢰와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경제회복과 가난구제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은 가난한 사람들에겐 성녀로 불리지만 실제론 노동자들을 놀고 먹게 만듦으로써 20세기중반 남미 최고의 부국이던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도탄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아로요 대통령이 마르코스 독재 이래 부정 부패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한채 파탄으로 치닫는 필리핀을 근원적으로 치유해내고 그럼으로써 여성정치가의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할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