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갈라파고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은 1831년부터 5년동안 해군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남아메리카와 호주 일대및 남태평양의 섬들을 탐사했다.

35년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諸島)에 들른 다윈은 화산섬으로 이뤄진 이곳의 독특한 환경이 만들어낸 희귀 동식물에 주목했다.특히 참새만한 작은새 핀치가 섬마다 조금씩 차이나는 먹이와 생활조건에 따라 16가지나 되는 다양한 부리를 가진 것에서 진화론의 단서를 발견,연구끝에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에콰도르 해안도시 과야킬에서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16개의 화산섬 갈라파고스 제도는 이렇게 해서 유명해졌다.

갈라파고스가 스페인어로 ''바다거북들''이라는 뜻인데서 알수 있듯 이곳은 지금도 바다거북과 바다이구아나 등 파충류의 천국이다.적도 바로 아래지만 남극에서 흘러오는 찬 해류 덕에 수온이 낮아 산호초가 없다.

강수량이 적어 야자수도 안자라고 땅엔 선인장투성이다.

1934년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64년 산타크루스섬에 다윈생물보존센터가 설립됐다.1만여명의 주민이 커피와 사탕수수등을 재배하지만 주수입원은 관광이다.

길이 1m가 넘는 도마뱀으로 해초를 먹는 바다이구아나,선인장을 좋아하는 육지이구아나와 몸무게 2백㎏의 코끼리거북,날지 못하는 가마우지 등은 다른곳엔 없는 것들이다.

작은 가지나 선인장 가시로 곤충이나 애벌레가 있을 만한 곳을 헤집은 뒤 먹이가 있으면 잡아먹는 딱따구리핀치도 이곳에서만 서식한다.생태계 보고(寶庫)인 이 지역에 유조선 좌초로 기름이 유출돼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조류 덕에 기름띠가 북서쪽으로 밀려난다지만 문제는 장기적인 먹이사슬 붕괴다.

제거 안된 기름이 바다로 가라앉으면 해조류가 죽고 그렇게 되면 이구아나와 바다거북 등 갈라파고스 제도 특유 동물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수 있기 때문이다.사고는 어이없게도 과야킬과 산크리스토발 섬을 정기운항하는 유조선의 선원들이 해면부표와 등대를 착각해 발생했다고 한다.

인간의 작은 부주의로 인한 지속적 생태계 파괴의 끝이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