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달라진 베이징의 설풍경

베이징(北京)에서 파출부 일을 하고 있는 쏭(宋)씨 아주머니는 지난주 춘지에(春節.설)를 맞아 귀성길에 올랐다.

안후이(安徽)성에 있는 그의 고향은 기차로 15시간, 배로 1시간을 더 가야 하는 곳.돈이 아까워 입석표를 사야 했던 그는 그 긴 시간을 ''콩나물시루'' 열차칸에서 시달려야 했다.

춘지에는 중국최대 명절이다.

대도시로 돈벌이나온 사람들은 아무리 멀어도 꼭 귀성길에 오른다.대부분의 직장들이 지난주 내내 문을 닫았고 정월 보름(2월7일)까지 쉬는 곳도 적지 않다.

매년 이때쯤이면 베이징 지방신문에 등장하는 단골 기사가 있었다.

"허드렛일을 도맡아 온 외지인들이 빠져 나간 베이징은 너무 불편하다" "거리 청소부가 이렇게 고마운줄 몰랐다"는 등의 내용이다.지난 20여년간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수많은 농촌사람들이 베이징 등 대도시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주로 배달원 식당종업원 거리청소부 등 단순직을 채웠다.

그들이 춘지에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갔기에 베이징의 ''토종''들은 불편하다는 얘기다.기사행간에는 베이징시민 특유의 허영심과 자부심이 배어 있다.

그러나 올해엔 단골기사의 내용이 바뀌었다.

"이제 베이징 시민들은 춘지에가 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라는 정반대 내용의 기사가 지면을 채웠다.

허드렛일을 맡는 토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유기업 및 행정개혁으로 많은 베이징시민들이 시아강(下崗.실직)의 쓴맛을 봐야 했고 이 베이징의 토종 실직자들은 점차 단순직으로 밀려나고 있다.

''허드렛일=외지인의 몫''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베이징 후커우(戶口.주민등록)만 있으면 시정부에서 직장을 잡아줬다.

''베이징 후커우가 있으면 거렁뱅이도 쌀밥을 먹을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국가가 직업을 알선하는 것은 옛말이다.

베이징 시민이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파출부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설 명절에도 식당및 거리청소와 물품배달을 계속했다.개혁개방정책이 가속화되면서 베이징의 설 풍경도 바뀌어 가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